[기자수첩] 책임회피 급급한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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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채선희기자] 외환보유고 세계 7위(2012.1월), 국가 신용등급 'A'(S&P사 기준), 명목 GDP 기준 세계 15위(9862억, 2010년)

이같은 수식어 외에도 글로벌 금융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나라로 '대한민국'이 꼽히고 있다는 점은 우리 국민 모두의 저력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국내 금융시장에 내재된 '시한폭탄'의 초침이 빠르게 돌고 있다.

2011년말 기준 가계신용은 912조8000억원. 가계당 무려 4560만원의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자영업자 대출을 합하면 빚더미가 1000조원까지 불어난다. 현재와 같은 증가추세가 진행된다면 하반기 가계빚이 100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지난 2002년 464조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10년새 무려 두배 이상 급증하며 세계적으로 가계빚 최상위 그룹에 속해있을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물론 가계빚이 많다고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가계의 빚상환 능력이 갈수록 취약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배가되고 있다.

실제 국내 가처분소득대비 가계부채의 수준은 157.6%로 OECD 국가 평균인 135%보다 높다. 고비율 국가인 캐나다(150.5%), 영국(165.5%)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으며 이탈리아(88.5%), 독일(97.5%), 프랑스(99.0%)보다 높다.

이에 일각에서는 가계부채를 축소시키기 위해서는 거시적 수단인 통화정책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금융당국의 미시적 대책에도 불구하고 가계부채 상승세는 꺾일 기미가 좀처럼 안보인다. 민간 금융사들도 규제를 피해갈 궁리만 찾고 있으며 가계 역시 저금리 기조를 틈타 대출을 더욱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가계부채 문제를 바라보는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의 태도에서는 안일함마저 엿보인다. 김 총재는 3월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하며 가계부채 문제는 한은의 책임이 아니라는 듯한 늬앙스를 내비쳤다. 통화정책보다 미시적 수단이 먼저라는 것. 현재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한 위기를 불러올 정도는 아니라는 사견(?)도 피력했다.

물론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다수의 나라가 가계부채 문제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다른 나라보다 사정이 낫다고 해서 안심할 수는 없다. 미국발 서브프라임사태와 유로존 국가들의 재정위기가 하루아침에 발생한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엄밀히 따지면 우리나라 가계부채 문제의 '주범'은 한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분별한 가계대출의 가장 큰 원인은 저금리에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은은 줄곧 저금리 기조를 유지해 오며 국내는 물론 주변국으로부터 금리인상 시기를 놓쳤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나마 사정이 나았던 2009년과 2010년 금리를 추가로 인상했다면 한은의 운신의 폭이 훨씬 커졌을 수 있다. 이달로 무려 9개월째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하는 등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상황에 직면한 김 총재가 진정으로 '가계부채 문제는 한은 탓이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그 점이 더욱 염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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