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소득공제가 장기투자 활성화 해법?
[기자수첩] 소득공제가 장기투자 활성화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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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강현창기자] 옛 말에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담그랴'라는 속담이 있다. 최근 정부의 펀드장기투자 활성화 방안을 살펴보면 이 속담이 절로 떠오른다.

지난해 증권업계에서는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과 박준현 당시 삼성증권 사장 사이에 벌어진 자문형 랩 수수료 신경전이 핫이슈로 등장한 바 있다. 하지만 거액 자산가들에게 '수수료 따위'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연 20~30%를 넘나드는 수익률만 보장된다면 3~4% 수수료는 한낱 '구더기'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그런데 최근 당국과 업계는 '구더기'를 없애 줄테니 마음껏 주식에 투자하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다름 아닌 펀드투자에 따른 세제 혜택이다.

연초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중산층의 펀드장기투자를 활성화시키겠다며 급여 5000만원 이하 개인이 국내 주식형 펀드 등에 10년 이상 적립식으로 투자하면 납입액의 40%에 대해 소득공제 혜택을 주는 방안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공제혜택을 최대한 받으려면 매월 최소 50만원씩(연간 600만원)은 돈을 집어넣어야 한다.

박종수 금융투자협회장도 지난 6일 '재형펀드(장기펀드)' 활성화를 주장하면서 장기분산투자 홍보에 나섰다. 이날 박 회장은 "금융을 통해 노후자금을 마련하도록 하는 'Asset based welfare'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며 기재부가 제시한 재형펀드를 활성화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취지는 훌륭하다. 건전한 투자문화를 확산시켜 국민들의 노후자금을 마련토록 하겠다는 것은 금융시장 발전에도 분명 이로운 일이다.

그러나 장기투자 활성화 방안이 결국 세금혜택으로 귀결됐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펀드를 통해 노후를 준비하려는 사람에게 세금혜택은 한낱 '구더기' 불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애당초 펀드의 인기는 수익성에 있다. 과거 바이코리아 열풍과 미래에셋펀드의 큰 인기도 모두 높은 수익률에 기반을 둔 것이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와 부산저축은행 사태 등을 거치면서 중산층의 금융투자 판단의 척도 1순위는 '안정성'이 됐다.

결국 '장기적인' 펀드투자를 유도하려면 장기적인 안정성과 수익을 보장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는 얘기다. 더욱이 대부분 서민들이 이미 비과세·세금우대 한도까지 금융상품에 가입 중이라는 점도 정책 실효성에 의문을 들게 한다.

게다가 박 장관이 천명한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의 기조에 비춰보더라도 펀드에 대한 세제혜택 추가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 중산층을 위한 정책이라면 예금이나 적금에 대한 혜택 범위를 늘리는 편이 낫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증권업계로서는 아쉽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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