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농협금융지주? 그게 머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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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이종용기자] "농협금융지주 출범? 그게 머꼬?" "그거하면 뭐가 달라지는데?"

경북 경산시에서 사과를 재배하는 농민 허모씨(56)는 2일 농협중앙회 사업구조 개편에 따른 출범식 소식에 전혀 다른 세상 일이라는 반응이다.

반면,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축사를 통해 "대한민국 농업의 새로운 장을 여는 역사적인 날"이라며 농협 임직원들을 치하했다.

농협중앙회는 서울 서대문에 위치한 본관에서 '새로운 농협 출범식'을 가졌고, 이 자리에 이 대통령은 물론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국회의원들이 자리를 함께 해 행사의 무게를 더했다.

이번 농협의 사업구조개편은 '농협을 농민에게 돌려주겠다'는 취지로 진행됐지만, 정작 '농협을 돌려받을' 농민들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농협 사업구조 개편이 알맹이 없는 '그들만의(임직원) 잔치'로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실제로 농협 개혁의 대상은 금융지주에만 해당된다. 농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농협 경제지주의 출범은 3~5년뒤로 미뤄졌다.

유통·판매 사업은 2015년, 자재·생활물자 사업은 2017년까지 농협중앙회가 맡다가 단계적으로 경제지주가 떠안는 식이라고 하니 일정대로 이행될지 여부도 현재로서는 단언하기 어렵다.

오히려 농협금융 임원들은 소위 '대박'이 터졌다. 지주회장 자리가 신설되는 것을 비롯해 과거보다 임원자리가 두 배 가까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 부문 임원이 크게 늘어난다. 내부 인사가 선임되기는 했지만 농협금융지주 회장 자리를 놓고 유력 인사들이 각축을 벌이기도 했다.

농협 측도 이번 사업구조개편은 농협중앙회에서 금융 부문만 떨어져 나가 조직만 달라질 뿐, 지방 단위농협의 경우 별반 달라질 것이 없다고 귀띔했다.  

이날 오후에 진행된 신충식 농협금융지주 회장 겸 농협은행장의 취임식은 더욱 맥이 빠졌다. 2020년까지 자기자본이익률(ROE)을 어떻게 11.6%까지 올릴 것인지, 전산시스템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답을 들을 수 없었다.

'글로벌 금융그룹 도약' '농협중앙회와 시너지 창출' 등 추상적인 단어만 나열하고 이사회가 있다는 이유로 서둘러 빠져나가는 신 회장의 뒷모습을 보고 있으니 '농협 신경분리가 무엇이냐'고 물어보는 허씨의 물음에 무어라고 답할지 난감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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