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출발 농협, 당면과제 '첩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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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성 개선, 전산시스템 보완 등

[서울파이낸스 이종용기자] 농협중앙회가 2일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분리를 골자로 하는 사업구조 개편을 통해 새롭게 태어난다. 농협은 이를 통해 경제부문에서는 판매농협의 토대를 구축하고 금융부문에서는 국제 수준의 협동조합 금융그룹을 확립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해결해야 할 당면과제 역시 만만치 않다. 우선 사업구조 개편에 따라 정부가 출자할 현물주식 1조원의 종류를 결정하는 게 우선이다.

정부는 정책금융공사가 보유한 한국도로공사의 주식을 주겠다는 입장이지만, 농협금융은 유동화가 쉬운 산은지주나 기업은행의 주식을 요구하면서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출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농협중앙회에서 분리되면서 면세조항이 적용받지 않는 농협금융지주는 막대한 세금을 물어야 한다. 농협금융에 대한 증권거래세와 등록면허세 면세 기간이 1일까지인데, 농협법에 정한 면세 시한인 3월1일을 넘겨 금융지주에 출자가 이뤄지면 농협 입장에선 약 385억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생산성과 수익률 개선도 발등의 불이다. 농협금융지주의 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240조원 수준이다. 우리금융지주 394조원, 하나금융지주(외환은행 포함) 366조원, KB금융지주 361조원, 신한금융지주 332조원에 이어 5번째 규모다.

이처럼 농협금융은 규모 면에서는 경쟁사에 크게 밀리지 않지만 생산성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지점수가 농협(1172개) 다음으로 많은 국민은행(1162개)과 비교하면 차이는 뚜렷하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농협은행의 직원 1인당 충당금 적립 전 이익 규모는 1억1900만원으로 국민은행 2억2000만원의 절반에 불과했다.

또한 지난 2010년 기준으로 4%에 그친 자기자본이익률도 개선해야 한다. 농협은 당초 오는 2020년까지 자산 420조원, 당기순이익 3조7000억원, 자기자본이익률(ROE) 11.5%의 국내 굴지의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발표한 바 있다.

지배구조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은행권 관계자는 "새출발이라는 슬로건에 맞지 않게 이번에 내부 출신인사가 선임됐다"면서 "지역조합의 힘의 법칙에 따라 CEO를 나눠갖는 조직 특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 밖에 지난해 4월 최악의 전산망 마비사태를 겪고도 여전히 불안한 전산시스템은 농협금융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농협은 지난 10개월간 무려 5차례의 전산장애를 일으켜 내부관리시스템에 큰 구멍이 생긴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금융당국도 농협금융지주사에 대해 은행, 보험 등에 대한 경영투명성부터 전산시스템에 대한 집중점검을 면밀히 살펴본다는 방침이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임원회의를 통해 "농협금융지주가 원할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자회사 분리와 전산시스템 준비상황을 철저히 점검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농협 관계자는 "현재 금감원에서 전산 담당 직원이 파견 나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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