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은행 노조가 원래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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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이종용기자] 최근 은행권 노동조합의 비보가 잇따르고 있다.

얼마전 하나금융으로의 인수합병을 결사적으로 반대해온 외환은행 노조가 극적(?) 타결을 이룬 가운데, 은행권 최초로 사외이사 후보 추천을 추진했던 국민은행 노조는 결국 사측의 으름장에 해당 사안을 철회했다.

특히 김기철 외환은행 노조위원장의 깜짝 변신(?)은 금융권 기자들마저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하루짜리 마라톤협상을 끝으로 1년간의 치열한 투쟁을 '과거의 문제'로 치부하는 모습과, 깔끔하게 면도한 얼굴로 새 외환은행장으로부터 장미꽃다발을 건네받는 모습은 낯설기만 하다. 

고객들에게 위화감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1년 넘게 외환은행 외벽을 감쌌던 시뻘건 현수막도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됐다. 푹푹 찌는 더운 날에도, 살을 에는 매서운 추위에도 '불법 국부유출 저지, 외환은행 매각 반대'를 외쳤던 노조원들의 모습도 자취를 감췄다. 

더욱이 시민들을 상대로 '외환은행 주식갖기' 운동을 펼쳐왔다는 점에서 외환은행 노조의 깜짝 변신은 일반인들에게 의아스럽게 비춰질 수밖에 없다. '챙길 것 다 쳥겼으니 태도를 바꿨다'는 원색적인 비난이 나오는 것도 이상할 게 없다.

실제 외환은행 노조는 하나금융 경영진들로부터 기존 고임금에 행명유지까지 보장받았다. 최근에는 업계 관행에 따라 외환은행 직원들에게 거액의 보너스가 지급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거 보면 외환은행 노조로서는 '손해볼 것 없는 장사'가 분명한 듯 보인다. 

물론 이같은 노조의 행동을 단순 '밥그릇 챙기기'로 부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

과거 '신한-조흥은행' 사례처럼 총파업에 전산마비 위기로 치달을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고객들에게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하나금융이 이미 론스타로부터 지분인수를 마무리한 상황이었던 만큼 외환은행 노조로서는 외환은행 직원들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하는 절박함도 작용했을 것이다. 

국민은행 노조 역시 마찬가지다. 사외이사 직접추천은 결국 무산됐지만 금융사의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고질적인 문제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는 측면에서 '의미있었다'라는 평가도 있다.

노동조합의 존재 이유가 각사 노동자들의 입장을 대변한다는 점에서도 이같은 노조의 모습이 비난받을 대상은 아니다. 오히려 내부의 불합리한 상황을 알면서도 사측에 빌붙어 침묵하는 노조가 비난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여론을 활용하고 시민들을 동원하는 행태는 금융권 전체 노조에게 결코 득이 될 수 없다는 사실 또한 분명하다. 은행 노조가 더이상 '귀족노조'라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서는 사회적 명분과 자신들의 이익 사이에서 좀더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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