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직원이 CJ회장 미행?…이건희-이맹희 '진흙탕 싸움'
삼성 직원이 CJ회장 미행?…이건희-이맹희 '진흙탕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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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J가 미행 정황을 포착했다고 주장하는 CCTV 사진. 삼성물산 직원 김모씨가 41허 7529 오피러스 차량을 이용해 이재현 CJ그룹 회장 자택 인근을 돌아다니는 모습. (사진제공=CJ)

[서을파이낸스 나민수기자] CJ그룹이 이재현 회장을 미행한 혐의로 삼성물산 직원을 경찰에 고소하기로 하면서 이맹희씨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유산분쟁이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될 조짐이다. 이재현 회장은 삼성家 장남인 이맹희씨의 아들이다.  

23일 CJ그룹 관계자는 "지난 21일 오후 이 회장 집 앞에서 이 회장을 며칠간 미행해 오던 사람의 자동차와 고의로 접촉사고를 낸 뒤 붙잡아 신분을 확인한 결과 그가 삼성물산 직원임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CJ는 경찰에 교통사고를 신고한 뒤 신원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 남자가 삼성물산 소속 김모(42) 차장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CJ는 지난 20일 이후 김 씨가 차량을 오피러스에서 그랜저 등으로 바꿔가면서 이 회장을 집을 맴돈 사실을 CCTV 분석을 통해 확인했다며 미행 정황을 보여주는 CCTV 사진을 공개했다. CJ는 김 씨의 이러한 행위가 개인적인 행동이 아닐 것으로 보고 삼성그룹에 공식적인 사과, 책임자 및 관련자 문책, 재발 방지 등을 요구하는 입장을 이날 오전 발표할 예정이다.

이와관련 삼성그룹측은 "사실 관계부터 확인을 해봐야 한다"면서 공식적인 해명은 피했다.

하지만 재계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故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장남인 이맹희 씨가 최근 동생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상대로 7100억원대의 상속분 청구 소송을 낸 사건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소송에서 패할 경우 지금까지의 삼성 지배구조가 흔들리는 것은 물론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으로의 경영권 승계가 무산될 수도 있기 때문에 삼성으로서는 민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양측의 갈등은 지난 1994년부터 본격화됐다. 당시 이병철 회장이 이학수 비서실 차장을 제일제당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보내자, 이학수 부사장은 이재현 현 회장을 이사회에서 배제하려 시도했다. 또, 1995년에는삼성 측에서 이재현 회장 집에 CCTV를 설치했다가 철거하기도 했다.

삼성과 CJ간의 불화는 대한통운 인수 과정에서 더욱 악화됐다. CJ가 대한통운 인수를 위해 삼성 계열사인 삼성증권과 자문계약을 맺은 터에 삼성의 또 다른 계열사인 삼성SDS가 포스코와 손잡고 입찰에 참여하면서 충돌했다. 당시 CJ는 "삼성이 CJ의 사업을 방해하려는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통운 인수전은 일단 CJ가 승리하면서 끝이 났지만, 이번 미행사건 계기로 그동안 잠복된 삼성과 CJ간의 뿌리깊은 앙금이 수면위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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