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드] M&A시장에서의 '패자의 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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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물 몸값 올린 뒤 슬그머니 발 빼
KT·POSCO, 경쟁사에 재무적 '타격'

[서울파이낸스 양종곤기자] 기업 인수전에는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비화'가 많다. 매물기업의 속사정을 파악하기 위해 인수전에 참여하는 사례는 이미 M&A시장에서 공공연하게 나도는 '불편한 진실' 가운데 하나다. 

심지어 일부 기업의 경우 인수전에 참여해 경쟁사에 재무적 타격을 주는 기업도 적지 않다. 이른바 '패자의 저주'인데 M&A 시장에서 '승자의 저주'는 패자로부터 비롯된 저주라 해도 무방하다. 결과적으로 승자는 진정한 의미의 승자가 아니며 패자 역시 진정한 패자가 아닌 셈이 된다.

지난해 주식시장에서 '패자의 저주'와 일맥상통 하는 사례는 KT와 SK텔레콤의 주파수 전쟁을 꼽을 수 있다. 지난해 8월 이동통신 3사가 벌인 주파수 전쟁에서 SK텔레콤은 '승자의 저주' 우려를 낳았다. 9일동안 KT와 진행한 경매로 약 1조원에 가까운 입찰가가 제시된 것.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KT에 대해 '전략적 성과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강지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KT는 비용발생을 최소화해 향후 마케팅 여력을 늘리는 한편 경쟁사의 자금여력을 제한했다"고 분석했다. 표면적으로 KT가 패(敗)한 모양새였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KT에게 유리한 결과라는 것.

이 같은 분석은 주가가 뒷받침 했다. 주파수 확보 당일 SK텔레콤과 KT는 각각 전거래일보다 3%대 하락마감하며 우위를 점치기 어려웠다. 경매종료 이후 한달간 주가는 SK텔레콤은 1.33% 상승하고 KT는 2.23% 하락했지만 같은 기간 SK텔레콤의 하이닉스 인수 이슈를 고려하면 KT가 부진했다고 단정짓기 어렵다.

이 외에도 '패자의 저주'를 대입시킬 수 있는 사례로는 최근 마무리된 하이닉스 인수전을 들 수 있다. 지난 9월 20일 장 초반부터 STX는 하이닉스 인수 포기로 강세를 기록했다. 하지만 SK텔레콤은 당일 하락세로 엇갈린 흐름을 보였다. 두 그룹 모두 이종사업과 투자금 불확실성에 대한 부분은 있었지만 주가는 STX 결정에 화답한 셈이다.

이후 한달간 주가는 SK텔레콤이 6.31%상승, STX는 15%하락하며 크게 엇갈렸다. 하지만 STX의 하락에는 재무악화설이 불거진 점이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대한통운 인수전도 주가로 확인되는 '패자의 저주'다. 지난해 6월 CJ는 대한통운 인수금액으로 총 2조2000억원을 제시해 포스코의 1조96000억원보다 2400원 가량 더 냈다. 시장에는 CJ가 지나치게 높은 인수가격을 제시해 승자의 저주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반대로 POSCO는 주가 측면에서 우위를 점했다. 인수가 확정된 12월 29일 이후 분명한 격차가 벌어졌다. 지난 1월2일부터 1월31일까지 CJ는 0.65% 상승에 그쳤지만 POSCO는 10.24% 급등했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인수전에 참여하는 동기를 크게 3가지로 요약한다. 실제 매물을 얻기 위한 의도도 있지만 기업 내부 사정을 알기위해 참여하는 경우도 있다. 기업실사 권한은 흔치 않은 기회기 때문이다. 또 인수전을 가열시켜 매각 가격을 높이는 것도 '동종업계'에서는 자주 접할 수 있는 사례다.

하지만 이러한 의도가 공식화되기는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설령 경쟁사의 의도를 알게 되더라도 인수전 자체가 성립이 되지 않기 때문에 뒷말만 무성하게 나올 뿐이다. 전문가들 역시 기업의 의중을 속속들이 알기 어려운 만큼 추측만 내놓을 수밖에 없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동종업계에서 매물이 나오는 경우 입찰자들이 실사를 할 수 있지만 실사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들어간다"며 "인수시 주관사로서는 확정 후 성공보수를 받기 때문에 진정성이 없는 기업을 맡지 않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인수전을 가열시켜 매각가격을 높일 경우 결과적으로는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어느 기업이라고 말하기 어렵지만 '못먹는 감 찔러나보자'는 식으로 입찰에 참여하는 기업도 다수 있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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