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물가에 쌓이는 빚더미…'벼랑 끝' 가계경제
치솟는 물가에 쌓이는 빚더미…'벼랑 끝' 가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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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가계, 54% 금융기관서 대출
유가상승 등 高물가에 부담 배가

[서울파이낸스 채선희기자] 서민들 살림살이가 '팍팍'하다 못해 '퍽퍽'해지고 있다. 가계부채 1000조시대를 코앞에 둔 가운데 국내 가계의 절반 이상이 금융기관에 빚을 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가계부채가 심상치 않은 수준임이 재차 확인됐다.

◇가계 절반이상 '채무자'

1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가계 중 절반이상인 54%가 금융기관에 대출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출의 주요 용도로 생활자금(32.2%)이 주거용 주택구입(17.7%)과 전세자금(11.6%)보다 두배 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나 생계형 대출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금리가 높아지면서 이자부담이 늘어나고, 고물가에 지출이 늘어나 생활자금을 마련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

여기에 대출 만기시 원금상환이 '불가능하다'라고 응답한 가구가 31.1%에 달해 가계의 빚 상환능력도 취약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만기 일시상환 대출보유가구의 경우 대출 만기시 '전액 상환할 수 있다'고 답한 비율은 22.8% 에 지나지 않았다.

금융기관 대출만기 연장에 정부가 직접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이다.

문제는 갈수록 가계빚의 질이 저하되고 있다는 점이다. 낮은 신용도 때문에 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못한 가계의 50.5%가 비은행금융기관을 이용하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 

이에 최근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2금융권의 가계대출에 대한 대응책은 이미 완성됐으며 때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지만 자칫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대인플레이션 상승

이처럼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물가 또한 가계경제 악화의 주된 변수가 되고 있다. 이란과 서방국가와의 대립으로 중동사태가 악화일로로 치달으면서 국제유가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으로 주유소의 고급 휘발유 평균 가격은 리터(L) 당 2219.2원을 기록했다. 이는 역대 최고치로 일반적으로 쓰는 보통 휘발유 또한 1984.44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10월 말 역대 최고가를 기록한 1993.17원에 근접했다.

유가 오름세는 수입물가 상승도 유발하고 있다. 유로존에 대한 우려가 완화되며 환율 하락이 이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1월 수입물가는 전년대비 7.9% 급등했다. 또한 이와 더불어 잇따라 예정된 공공서비스 요금 인상은 기대인플레이션을 더욱 상승시킬 것으로 보인다.

당장 오는 25일부터 버스 지하철 등의 교통요금이 150원(17%) 인상되는 등 지자체들이 재정 악화를 이유로 잇따라 공공요금을 인상하고 있고 한국가스공사는 오는 3월 초 가스요금의 인상을 위해 정부의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물가를 책임지고 있는 한국은행은 금리인상 카드를 꺼내들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유럽위기로 인한 경기둔화가 지속되고 있는데다 금리인상은 변동금리 대출이 대부분인 가계부채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기준금리는 연 3.25%로 8개월 연속 동결된 상태다.

임노중 솔로몬 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은행이 물가와 경기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져있다"며 "1월 소비자물가가 3%대로 낮아졌다지만 전월비로는 상승했으며 2월 역시 추운 날씨, 공공요금 인상을 고려할 때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은이 조사한 지난해 가계금융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응답자들의 절반 이상(51.5%)이 정부가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경제정책으로 '물가 및 부동산 가격안정'을 꼽은 것으로 나타나 물가가 현재 가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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