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재벌' 베이커리 vs 동네 빵집
[기자수첩] '재벌' 베이커리 vs 동네 빵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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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윤동기자] 최근 대기업 재벌 2, 3세들이 베이커리 사업에 속속 진출하면서 동네 빵집이 사라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 이에 세간에는 2010년의 '통큰 치킨'이 재차 회자되고 있다.

'통큰 치킨'은 대기업인 롯데마트가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치킨을 저렴하게 공급하겠다고 밝히자 인근 치킨집들이 사활을 걸고 집단행동에 나선 것이 발단이 됐다. 

당시에는 치킨 프랜차이즈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지만, 해당 사건의 본질은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입과 그에 따른 자영업자의 몰락에 대한 우려였다.

사실 이런 사례는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최근 수년간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동네 곳곳에 퍼지면서 재래시장 상인들이 큰 타격을 받았다. SSM법 등 보호규제가 만들어졌으나 아직도 이곳저곳에서는 대기업과 시장 상인들의 '총성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중소기업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대기업이 막강한 자본력을 무기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경우가 한둘인가. 결국 중소기업들은 대기업들이 새롭게 만든 '질서'에 순응하거나 아니면 문을 닫아야 하는 생사의 기로에 놓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상황이 이런데도 재계와 대기업들은 최근 논의되고 있는 출자총액제에 대해서 '기업 때리기'라며 한국경제가 망할 징조인양 호들갑을 떨고 있다. 한술 더 떠서 출총제에 대한 논의를 '정치권의 표몰이 수작'으로 몰아가는 형국이다.

하지만 출총제 폐지는 한국 경제의 대기업 편중현상을 더욱 심화시켰다. 실제 국내 30대 그룹의 계열사 숫자는 출자총액제가 실질적으로 사라진 2007년말 791곳에서 지난해말 1105곳으로 4년 동안 40%나 증가했다.

대기업들이 본래 사업영역에 관계없는 중소기업의 사업영역이나 골목상권까지 문어발식으로 확장한 결과다.

'부의 편중' 현상도 우려할 수준에 이르렀다는 지적이다. 10대 그룹의 시가총액이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이미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 단순히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시가총액만 합쳐도 유가증권시장의 22.03%를 차지한다. 

이처럼 부의 편중현상이 심화될수록 자영업자와 중소기업들이 설 자리는 갈수록 사라질 것임은 자명하다. 이는 결국 일자리 축소와 내수경제 위축으로 이어져 한국경제의 양극화는 물론, 대외의존도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대기업들은 더이상 말로만 '상생(相生)'을 외쳐서는 안된다. 정부와 정치권 역시 도를 넘어선 대기업의 무차별적인 확장에 제동을 걸어야할 시점임이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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