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탈의 새로운 변신-KTB네트워크 오세진 대리
벤처캐피탈의 새로운 변신-KTB네트워크 오세진 대리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3.0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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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하반기부터 코스닥시장이 급랭하자, 벤처캐피탈 업계에 떠오른 화두는 단연 변화라는 낱말이었다. 벤처투자자의 소위 묻지마 투자에 대해 비판적 여론 형성과 벤처투자 기업 오너들의 비리 문제가 불거져 업계는 도덕성에 큰 흠집을 남겼다.

그래서인지 최근 벤처캐피탈 업계는 변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경쟁력강화와 도덕성에도 흠결이 없는 변신을 하기 위해서다. 특히 외국 업체들의 국내 진입은 국내 벤처 캐피탈 업계의 변화를 가속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코스닥시장의 침체는 업계에 수익창구의 단절이라는 의미로 다가왔고, 2001년에 이르러서야 대형 벤처캐피탈을 중심으로 베인앤컴퍼니, 액센츄어 등 해외 업체들의 자문을 얻어 장기비전에 대한 컨설팅 작업에 들어가는 등 동면기를 보내야 했다. 국내 벤처캐피탈들이 이렇듯 주춤거리는 사이, 외국업체들의 진출은 상대적으로 활발하게 움직였다.

그동안 외국계 투자기관들은 국내 펀드조성에 부분적으로 참여하거나 특정 벤처기업에 일회성 투자를 하는 방식을 취해 왔지만 최근 양상은 지사설립이나 벤처캐피털 인수∙설립 등을 통해 국내 벤처시장에 직접 뛰어드는 움직임을 보였다.

외국업체까지 가세한 국내 시장 판도에 적응하기 위한 벤처캐피탈업계의 변화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20년간 국내 최대 벤처캐피탈로 자리 매김해 온 KTB네트워크의 경우 2001년부터 기업 구조조정 등 기업투자 분야에 대한 투자액이 벤처투자액을 넘어서는 등 투자 패턴에 큰 변화가 생겼다.

회사를 수식하는 표현도 벤처캐피탈에서 투자전문회사로 바꾼 지 벌써 2년이 돼 가는데다, 올해의 투자계획을 보면 기업투자 분야 투자규모가 2천억원 이상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벤처투자 책정액의 2, 3배에 이르는 규모다. 이쯤 되면 KTB를 벤처캐피탈이라는 말로 한정해 버리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현재 대부분 벤처캐피탈들은 겸업 CRC로도 등록해 활동 중이며, 문화컨텐츠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영위하고 있는 등 벤처캐피탈이 아닌 투자회사로서의 변모를 갖추고 있다.

KTB네트워크는 신규사업 발굴을 위해 업계 최초로 사업본부제를 도입하는 한편 전문가 양성에 힘쓰고 있다. 동종업체들도 사업팀을 따로 조직하는 등 투자전문회사로의 변화에 발벗고 나서는 상황이다.

지난 한 해 동안 살펴봐도 업계의 변화를 주목할 만 했다. 업계는 무수익자산 처분, 조직개편 등 구조조정을 통해 몸집을 가볍게 하고 새로운 사업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물론 이 속에서 기존의 벤처투자 역시 중요한 부분으로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근 2년간은 벤처캐피탈에게 모진 시련을 주기도 했지만 동시에 변화의 방향과 내실을 다지는 기회를 던져준 기간이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이 와중에 외국 투자 업체들의 성장이 주목된다.

97년말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정부의 적극적인 외자유치 노력과 국내 기업들의 주가하락은 외국자본의 대거 유입을 불러 일으켰다. 특히 외국자본은 국내 금융시장의 판도를 바꿔놓았다.

이들은 거의 예외없이 엄청난 규모의 수익을 올렸다. 예컨대 99년 국민은행에 전환사채(CB) 2억 달러를 포함해 총 5억 달러를 투자했던 골드만삭스는 2002년 6월 두 차례에 걸쳐 해외주식예탁증서(ADR) 1천450만주를 매각, 3배에 가까운 차익을 올렸다.

전환사채 2억 달러도 전환가격이 주당 1만3천 802원으로 현 시가에 적용할 경우 엄청난 규모의 이익실현이 가능해 보인다. 외국계 자본의 국내 투자수익 실현의 진정한 의미는 결국 국내에 뿌려놓았던 돈보다 더 많은 금액이 다시 회수돼 나갔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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