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드] 성장동력 강탈당한(?) 삼성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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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D 사업부문 '헐값'에 매각
"삼성전자 중심으로 그룹 운영"  

[서울파이낸스 윤동기자] 삼성전기가 미래 성장동력인 LED 사업부문을 헐값에 매각해 논란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그룹내 갑(甲)-을(乙)로 대변되는 '삼성전자-삼성전기'의 관계로부터 기인한 이재용 사장 '몰아주기'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2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전일 이사회 결정을 통해 삼성LED 지분 50% 전량을 삼성전자 주식 26만9867주(시가 2830억원)를 받는 조건으로 매각하기로 했다.

삼성LED는 삼성전기에서 미래 성장 동력으로 꼽히던 주력산업이다. 올해 실적은 부진했지만 작년 순이익은 1939억원을 기록했다.

이와관련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에 대해서는 삼성LED의 흡수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반면 삼성전기는 '신장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며 투자의견을 하향 조정했다.

무엇보다 논란의 발단은 삼성LED 지분이 지나치게 싸게 넘겨졌다는 점이다. 올해 3분기 기준으로 삼성LED의 연결자산총액은 1조6000억원에 달하며 회계법인이 평가한 삼성LED의 순자산가액은 5514억원이다. 하지만 매각 대가는 겨우 2830억원에 불과했다.

매각된 지분이 50%라는 점을 감안하면 순자산가액에 맞춰진 금액이다. 이는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감안해 5000억원 수준에 매각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치에도 한참 못미친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삼성전기가 삼성전자의 강압에 의해 미래 성장 동력을 헐값에 매각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삼성전기 지분 23.69%를 보유한(9월 기준) 최대주주라는 점에서 삼성전자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삼성전기의 매출에 삼성전자의 기여도가 높다는 점도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 한다. 실제 삼성전기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TV 등에 부품을 공급으로 매출액의 50% 정도의 실적으로 올리고 있다. 계열사에 납품을 통해 안정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구조지만, 반대로 삼성전자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룹내 '파워'도 갈수록 삼성전자에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158조원(1위)으로 삼성전기(6조원:41위)는 물론 나머지 계열사들을 모두 합쳐도 삼성전자에 못미친다. 

지배구조 역시 삼성전자의 지배력을 가늠케 한다. 오랫동안 지속돼 온 순환 지배구조가 끊어지면서 에버랜드가 그룹 내 정점에 위치한 것으로 보이지만 에버랜드는 상장조차 되지 않았다.

현재 그룹 내 주요 계열사인 삼성중공업(17.61%), 삼성전기(23.69%), 삼성SDI(20.38%), 삼성카드(35.29%), 삼성테크윈(25.46%)의 최대주주도 삼성전자다. 삼성SDI를 통해 삼성물산이나 삼성정밀화학에도 입김이 닿아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삼성전자가 '실질적인 정점'인 셈이다.

반면 삼성전자의 최대주주인 삼성생명은 지분 7.21%만을 보유하고 있다. 여타 계열사로부터 독자적인경영이 가능한 이유이다.

양 사의 CEO도 그룹내 서열을 대변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수장은 이재용 사장이다. 현재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건재해 전면에 나서지는 않고 있지만 '후계자'로 지목되고 있는 만큼 그룹 내 영향력이 적지 않다.

반면 삼성전기의 최치준 사장은 삼성전기에서 잔뼈가 굵은 '삼성맨'이지만, 이번 달 사장단 인사 때 처음 사장으로 승진됐다. 아직까지는 그룹 내 영향력 여부를 판단하기조차 이른 실정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연구원은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피해를 보는 거래가 이뤄지려면 적어도 그룹 상위층에서 '오케이' 사인이 난 것"이라며 "삼성전기가 삼성전자에게 성장 동력을 강탈당한 격이 됐다"고 지적했다.

권성률 동부증권 연구원은 "처분 결정 자체가 새로운 뉴스는 아니지만 처분금액은 다소 충격적인 것이 사실"이라며 "삼성그룹이 '(삼성)전자'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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