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상품 규제안, 시장 죽인다"
"파생상품 규제안, 시장 죽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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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
12월 동시만기가 끝나고 관련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있었다. 주요 참석자들은 파생인덱스펀드와 ETF 그리고 액티브 퀀트펀드 매니저였고 관련 브로커와 파생 애널리스트들이었다.

연말 망년회 형태의 모임이었지만 분위기는 그렇지 못했다. 연 이어 발표되고 있는 파생시장 규제안에 대한 성토의 장이었다. 한국 증시에서 유독 파생에 대한 선입관은 좋지 못하다.

리먼 사태 당시 시장 혼란의 주범이 파생상품이었고, 지난해 11월11일 옵션만기 사태 등이 각인된 결과이다. 파생상품과 관련된 금융사고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명확했다. 바로 규제였다.

금융시장의 역사는 금융사고의 반복이다. 어떠한 금융사고가 발생했을 때 미비했던 규정과 개선안을 통해 보완해 가면서 발전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달랐다. 사고가 발생했으니 규제를 통해 앞으로 못 하도록 하겠다는 것이 바로 방침이다. 개선에 대한 고민은 전혀 들어있지 않다 이점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최근 금융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장내옵션시장, ELW 시장 및 FX마진 시장의 건전화방안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한 부분은 바로 장내옵션시장이다. 거래승수를 기존 1p 10만원에서 50만원으로 5배 올린 것이다.

국내 옵션시장은 크게 국내와 해외투자자로 구분할 수 있다. 국내 투자자는 매수 중심의 개인과 매도와 차익거래의 기관으로 나눌 수 있으며 해외는 Market Making에 주력하는 시스템 트레이더와 선물 또는 주식 포지션에 대한 헤지수요로 대표된다.

각각 투자주체의 옵션매매는 서로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으며, 지수선물과 ELW 등에도 연계되어 있다. 거래승수의 상승은 매수 중심의 개인 수요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거래금액이 5배 상승했기 때문이다.

이는 다시 해외투자자의 이탈로 연결되며 극단적인 유동성 감소를 유발할 것이다. 이러한 수준이 되면 차익거래와 헤지거래는 체결 리스크에 직면해 더욱 비싼 비용을 지불할 수밖에 없어 옵션시장의 동반 몰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옵션시장의 몰락은 유사 상품인 선물에도 영향을 주며 선물을 이용한 헤지 운용을 하고 있는 ELS와 ELW에도 치명타를 날릴 수 있다.

이렇듯 국내 파생시장이 몰락할 경우에 대한 가정이 필요하다. 북한이라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큰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탈출구는 파생상품이다. 가정을 해보자. 전쟁위험이 닥칠 경우 모든 투자주체가 주식매도에 집중한다면 금융시장 자체가 붕괴된다.

파생상품이 존재한다면 이러한 주식매도가 파생상품을 통해 분산되기 때문에 이성적인 대응이 가능할 것이다. 우린 항상 파생상품의 부정적인 측면에만 집중했다.

언론 기사를 봐도 프로그램매도에 따른 지수 충격은 보도해도 프로그램매수 유입에 따른 지수 상승은 절대 기사로 나오지 않는다. 파생상품에 대한 부정적인 측면이 많은 것 사실이지만 없어져서는 안 되는 시장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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