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D·스냅백·래칫...한미FTA 독소조항 '논란'
ISD·스냅백·래칫...한미FTA 독소조항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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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자동차·서비스 국내 피해 '우려'
전문가 "국내법에 우선, 규제 어려워"

[서울파이낸스 윤동기자] 한미 FTA 비준안이 우여곡절 끝에 국회를 통과했지만 재협상이 예고된 ISD 제도 외에 스냅백, 래칫 등 또 다른 독소조항에 대한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미 FTA가 발효될 경우 정부의 규제밖에 있는 일부 조항으로 인해 국내기업들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먼저 국내 제약산업의 경우  의약품 분야 허가·특허 연계제도가 직격탄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는 복제약(제네릭)을 만들어 식품의약품안전청에 승인 절차를 밟을 때 원래 약의 특허권자에게 통보하도록 하는 제도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통보를 받은 다국적 제약사가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하면 허가절차를 중단해야 한다"며 "국내 제약산업에 큰 원동력인 제네릭 시장에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한미 FTA에서 가장 수혜를 받을 것으로 보이는 자동차 업체들도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다. 우리나라에게만 적용되는 스냅백(snapback)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와 관련해 협정 위반 또는 관련 이익을 무효화·침해하거나 심각하게 판매 및 유통에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될 경우 6개월 내 철폐된 관세가 즉시 복귀될 수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국 정부가 미국과 약속한 합의사항을 이행하지 못하면 미국이 한국에 부여한 자동차 관세 혜택을 언제든지 일시에 철폐할 수 있는 조항"이라며 "미국의 무역보복이 일상화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역진방지(Rachet) 조항도 논란거리다. 이 조항은 서비스투자 분야에서 일단 개방하면 이전 수준으로 되돌릴 수 없도록 하는 강제조항이다.

예를들어 스크린쿼터의 경우 협정에는 73일 이상으로 돼 있지만 우리 정부가 60일 등으로 축소하면 나중에 다시 73일로 복원하는게 불가능해진다. 영리병원 허용 문제나 공기업의 민영화도 마찬가지다.

미래 최혜국대우 조항도 논란이 되고 있다. 미래 최혜국 대우란 협정 발효 뒤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와 새로운 협정을 맺어 더 많은 개방, 더 좋은 혜택을 약속하면 미국에도 자동적으로 그렇게 해줘야 한다. 우리가 다른 나라와 협상을 할수록 미국에게 더 많은 것을 내줘야 한다는 얘기다.

서비스 시장의 개방 방식인 '네거티브식' 개방도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이는 미리 개방하지 않기로 정한 부분은 개방을 막을 수 있지만  미래에 새롭게 만들어진 시장은 자동적으로 개방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와관련 정부 관계자는 "정책적으로 필요할 경우 규제할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미국의 한미 FTA 이행법안에는 "미국법률과 한미 FTA 협정이 저촉·충돌하는 경우에는 법적 효력이 없다"고 되어 있지만 우리나라는 한미 FTA가 '특별법 우선 원칙'에 따라 국내법에 우선하는 효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즉 미국 쪽에서 한미 FTA로 피해를 볼 경우 이를 법적 효력이 없다고 할 수 있지만 우리의 경우는 피해를 보더라도 이를 제지할 법적 근거가 미약해 제대로된 규제가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해영 한신대학교 교수는 "한미 FTA는 현대 FTA에서 독소조항의 교과서라 할 만하다"며 "한미 FTA로 우리 정부의 각종 공공정책이 제약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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