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반발·공청회 무산…'최저가낙찰제' 뭐가 문제길래?
업계 반발·공청회 무산…'최저가낙찰제' 뭐가 문제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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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청회가 열릴 예정이었던 서울 서초구 지방조달청 3층에서 시위 중인 건설업계 관계자들.

"출혈경쟁, 중·소건설사 고사 위기"…고성 '난무'

[서울파이낸스 신경희기자] 정부의 최저가 낙찰제 확대시행이 내년으로 다가오면서 건설업계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 9일 성명서 발표에 이어 10일 오후 2시 개최예정이던 공청회장은 아수라장이 되며 결국 무산됐다.

◇ 건설관련 24개 단체, '반대성명문' 발표

10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이하 건단련), 한국전기공사협회,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 한국건설품질협회 등 건설관련단체들은 지난9일에 이어 10일자 일간지·경제지 등에 '최저가낙찰제가 지역경제와 서민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습니다'는 제목의 광고를 실었다.

건단련을 비롯한 건설단체들은 신문광고에 게재한 공동 성명서에서 "2006년 최저가낙찰제가 500억원에서 300억원이상 공사로 확대된 이후 연평균 약 5만6000개의 내국인 일자리가 사라지고 미숙련 외국인 근로자들로 채워졌다"며, "최저가 낙찰제가 건설근로자들의 일터를 빼앗고, 건설인력의 공급기반을 붕괴시키고 말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저가낙찰은 무리한 공기단축과 안전관리비 삭감 및 의사소통이 곤란한 외국인 근로자 고용에 따라 산재사고를 증가시킨다"며, "2009년 공공공사의 산업재해가 많이 발생한 현장 21개소 중 90%에 달하는 19개소가 최저가낙찰제 현장이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건설단체들은 "건설산업의 지역내 총생산 비중은 8~9%로 단일업종 최고수준이어서 지역건설기업들의 수주악화는 곧바로 지역경제악화로 연결될 수 밖에 없다"며, "건설기업의 저가수주는 하도급업체와 자재·장비업체를 비롯 인테리어업 및 음식점 등에 까지 악영향을 주어 연관산업과 서민가계를 파탄의 위기로 몰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함께 이들은 "최저가낙찰제는 기업들의 기술개발 투자여력 상실로 대외경쟁력을 약화시키고 해외건설시장 진출을 저해하는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며 "설계단계부터 공사비 예산 과소책정이 관행화된 상황에서 또 다시 가격경쟁을 유도하는 것은 건설기업의 일방적 희생과 고통을 강요하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현재 건설업계는 이윤은 커녕 적자시공으로 고통을 감내하고, 해외건설 수출에 매진하고 있음에도 건설기업들이 공사비를 부풀려 국민의 세금을 갉아먹는 것으로만 인식되는데 대해 분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최저가낙찰제가 확대 적용되면 대형건설사야 해외시장으로 역량을 집중하겠지만, 이에 비해 자금력, 기술 등 수주 경쟁력이 떨어지는 중소업체들은 건설경기 침체 속에서 일감을 찾기가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며, "철저한 감리가 전제된 상황에서 최저가낙찰제가 적용되는 현실이 아닌지라 부실공사가 우려되고, 입찰을 둘러싼 담합 등 각종 부작용이 발생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 "되레 예산낭비" vs 재정부 "예산절감에 효과"

최저가낙찰제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공공공사 입찰에 있어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한 건설업체를 낙찰자(시공사)로 선정하는 제도다. 1962년 처음 도입돼 폐지·재도입을 반복해오다가 2001년에 이르러 본격적으로 1000억원 공사를 대상으로 적용됐다. 이후 2003년 500억원 공사로 상한선이 축소됐다가, 2006년부터 300억원 공사로 낮춰진 이래로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하지만 지난 2009년 3월 국가경쟁력위원회의 건설선진화방안에 따라 최저가 낙찰제를 관장하는 기획재정부(이하 재정부)가 지난해 7월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이하 국가계약법) 시행령'을 개정, 내년 1월1일부터 300억원 이상의 대형공사에서 100억원 이상의 중·소형공사까지 확대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재정부는 최저가 낙찰제 확대로 공공공사 입찰의 투명성과 건전한 기업 경쟁유도를 도모하고, 예산절감에 힘쓰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관련 최상근 대한건설협회 계약제도실장은 "최저가 낙찰제는 과당경쟁으로 인한 덤핑수주를 야기시키고 저가의 자재와 미숙련 기능공 투입을 조장해 부실시공 유발과 함께 산업재해를 증가시키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100억~300억 규모의 공사에 최저가 낙찰제를 적용함으로써 연간 5000억원의 예산 절감을 기대하고 있는데, 눈에 보이는 입찰시점에서는 예산이 절감되는 것 같지만 전체 생애주기(설계~유지관리) 측면에서 보면 준공 이후의 유지관리·설계변경 비용이나 부실시공에 따른 추가비용이 5000억보다 더 들어서 예산낭비의 우려가 크다"며, "올해로 10년째 시행중이니 예산절감효과가 있는지 검증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대해 재정부 관계자는 "최저가 낙찰제가 공공건설예산 절감에 효과적인 게 사실이고, 시행 방침에 대한 입장이 변함없다"며, "각계의 의견을 수렴한 뒤 보완책을 마련해 예정대로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계약법 개정안' 통과 여부 촉각

이같은 재정부 방침을 국회에서 추진한 국가계약법 개정안으로 철회시킬 수 있어서 이 법안의 향방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재정부는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42조 4항을 '추정가격이 100억원 이상인 공사 입찰의 경우에는 최저가격을 입찰한 자로부터 입찰금액의 적정성을 심사해 낙찰자로 결정한다'로 지난해 7월 개정하며, 시행시기를 2012년으로 해놓은 상태였다.

이에대해 국회는 지난 6월말 이같은 재정부 방침철회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의결한데 이어, 지난 7월 '국가계약법 개정안(의원입법)'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현재 기획재정위원회(이하 기재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 계류된 상태다.

이와관련 재정부 관계자는 "국가계약법 관련 의원입법안은 14일 기재위 법안심사소위원회(이하 법안심사위)에 상정될 예정이다"며, "법안심사위를 통과하면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의결한 후 국회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에 회부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상근 대한건설협회 계약제도실장은 "최저가 낙찰제 확대시행시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의 중소건설업체들의 의사를 충분히 반영해 지역경제에도 부담을 주지 않는 결정을 내렸으면 좋겠다"며, "워낙 건설경기가 안 좋을 때라 국회에서도 여야 할 것 없이 이 법안에 대해서 동의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법안통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 본회의에서 이 법안이 통과되면 재정부가 개정한 하위법인 시행령(대통령령)은 상위법 우선원칙에 의해 상위법인 법률(국가계약법 제10조)에 따라 재정부는 시행령(국가계약법 시행령 제42조 4항)을 바꿔야 한다(법의 시행 형태는 일반적으로 법률, 시행령, 시행규칙 등으로 구별되며, 이 순서대로 효력의 우위를 갖는다).

한편, 서울시 서초구 지방조달청에서 10일 오후 2시부터 기재부 주관하에 최저가낙찰제 제도개선을 위한 공청회가 열릴 예정이었으나, 건설업계 관계자들의 시위가 벌어져 1시간이 넘도록 지연되더니 결국 무산됐다. 아직 공청회 날짜는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 있던 업계 관계자는 "공청회가 열릴 예정이었던 3층 PPS홀이 70명 정도밖에 못 들어가는 협소한 장소였는데, 그 곳에 약 2000명이 몰린데다 공청회 시작 전부터 문을 잠궈놔 사람이 못 들어가게 차단했다"며, "공청회가 무산된데다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등 다른 정치현안에 밀려 최저가 낙찰제 법안이 14일 법안심사위를 통과할지 걱정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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