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옵션쇼크' 도이치증권 특혜 논란
국민연금, '옵션쇼크' 도이치증권 특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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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치, 6월부터 코스피 밴드 미설정
리서치 인력도 여타 증권사의 3분의1

[서울파이낸스 양종곤기자] 국민연금이 도이치증권을 거래 증권사로 선정하는 과정에서 '부실심사' 논란이 불거졌다.

2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4분기 거래 증권사 선정에서 도이치증권을 '1등급'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도이치증권의 경우 국민연금의 평가기준에 대부분 미흡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가장 높은 평가 배점은 '정량평가'로 비중은 70%를 차지한다. 정량평가 항목에는 리서치센터 능력이 중요한데 에널리스트 인원수, 경력, 리서치 서비스 관련 실적 점검 및 외부감사 세미나 등이 포함된다.

여기에 경제 시장전망, 종목 추천과 매월 시장 예측도 평가 항목이다. 코스피 밴드 범위가 타 증권사보다 정확할 경우 높은 점수를 받는 방식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정량평가를 통해 여러 시장 분석 지표를 확인하는데 코스피 밴드가 얼마나 맞았냐도 중요하게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4분기 심사가 9월 한달 동안 진행된 만큼 3분기인 7, 8, 9월 시장 전망을 활용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국민연금 측 설명과 달리 도이치증권은 올해 코스피 밴드 전망을 전혀 내놓지 않고 있다.

또한 투자전략을 맡는 리서치센터장은 지난 6월 이후 공백 상태가 계속되고 있으며, 후임은 투자전략가가 아닌 인사평가 업무 쪽에 무게를 둔 인사가 영입되기도 했다.

도이치증권 관계자도 "올해 주식전망을 내놓지 않았다"며 "고객 서비스차원에서 업종별 분석만 별도로 내고 있다"고 말했다.

리서치 부문 평가에서 주요 항목에 들어가 있는 '리서치 인원'도 논란이 되고 있다.

한 대형 증권사 리서치센터 관계자는 "외국계 증권사의 경우 워낙 소수이다 보니 한명이 여러 섹터를 많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이번 평가에서 등급이 강등된 한 대형 증권사의 리서치 인력은 60명이지만 도이치뱅크는 3분의 1수준인 19명에 불과했다.

이번 선정 평가에 또다른 항목인 증권사 '경영 상황'도 납득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재무 안정성, 영업 수익력 등이 반영되는 데 평가점수는 100점 만점에 10점이다.

하지만 증권업계에 따르면 도이치 뱅크의 경우 4~6월 당기순이익은 5억원에 그쳤다. 전년동기 100억여원보다 20분의 1수준으로 악화됐다. 여기에 ELW 신규 상품을 내놓고 있지 못하는 데다 최근에는 대다수 직원의 '물갈이'도 진행되고 있어 내부 분위기마저 어수선하다.

더욱이 이번 평가 항목에는 매매 거래 체결 횟수, 속도 등도 반영됐는데 도이치증권의 경우 지난해 11·11 옵션쇼크로 시장의 신뢰가 크게 훼손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 측은 "평가점수는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증권가 역시 국민연금의 이번 등급 선정에 의구심을 내비치고 있다.

더욱이 국민연금의 평가등급은 해당 증권사의 수익과 직결되기 때문에 증권사들로서는 민감할 수밖에 없는 문제다. 1등급을 받는 증권사의 경우 기금운용본부가 주식을 매매할 때 총 주문금액의 5.5%를 할당받게 된다. 

한 대형증권사 법인영업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자체적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뭐라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이와관련 국민연금 측은 "제출된 자료 이외에도 시장에 널리 알려진 자체 정량평가시스템을 통해 산출하는 방식을 쓰는 만큼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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