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무디스 부정적 전망은 매수 신호탄?
(초점)무디스 부정적 전망은 매수 신호탄?
  • 홍승희
  • 승인 2003.02.1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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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증시가 무디스를 비웃고 있다.
최근 매도세가 이어지던 외국인 투자동향이 무디스의 한국 국가신용 전망 하향 조정 이튿날인 12일 소량이지만 매수세로 반전했다. 발표 당일의 충격에 1천200원 이상으로 급락하던 환율도 12일에는 다시 1천990원대로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외국인 매수세와 환율 급락 저지에 힘입어서인지 종합주가지수도 올랐고 코스닥지수도 강보합으로 마무리됐다.

무디스가 한국을 부정적으로 전망했는데 시장은 이처럼 거꾸로 가는 양상을 보인 것은 무슨 이유인가. 미국 증시와 나스닥이 전부 하락한 12일에 말이다.

1차적으로는 미국 시장점유율 1위의 신용평가회사인 S&P와 피치가 당장 한국 국가신용등급 조정의 이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발표한 까닭도 있고 미국의 그린스펀 연준위원장이 달러 강세화 지속을 시사한 것 등이 모두 우리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동시에 무디스의 신용전망 하향 조정이라는 것이 한국의 실제 시장상황을 무시한 무리한 작전이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난 1994년에는 당장 미국에서 북한을 향해 공군병력이 출격하기 불과 두시간 전에 공격계획이 취소되는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이 있었지만 지금처럼 국가신용등급이 변한 사실이 없었다. 이번 경우는 어떻든 대화의 통로가 여전히 미약한대로 작동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결코 그 때만큼 위험하지도 않다. 그런데 남의 나라 신용등급을 갖고 섣부른 장난을 친 것이나 다름없다.

왜 무디스는 이런 자체 신용을 갉아먹을 모험을 했을까.
많은 증시투자 전문가들이 현재의 상태를 거의 바닥 저점으로 인식하고 있다. 주식 내재가치를 한참 밑도는 주가와 시중을 부유하는 유동자금의 규모 등 여러모로 주가는 지금 바닥이라고 볼 소지가 많다.

게다가 미국이 이라크전 개전을 하면 주식을 살 태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투자에 주저하는 것은 하반기 경기전망을 여전히 낙관하지 못하고 이라크전의 전개양상에 확신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산업생산은 지수상 분명 호조를 보이고 있으나 주력산업 재편기의 특성상 업종별 심한 편차를 보이고 있어 전통 주력산업 중심으로 볼 때 경기동향을 제대로 읽기 어려운 한계가 있어서다.

이런 여러 상황을 종합해 보면 결국 금융장세로라도 시장은 곧 반등을 시작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런데 미국 월가로부터는 들려오느니 족족 매우 어두운 소식 뿐이다. 전쟁과 군수산업을 횡축으로, 대규모 재정적자를 감수하는 감세정책을 종축으로 한 부시의 부양책은 현지시간 12일 그린스펀의 일격을 받아 지속될 수 있을지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산업생산을 토대로 한 시장전망이 어느 한곳 밝은 곳을 볼 수 없고 월가의 인재들은 속속 증시를 떠나고 있다.

전세계 어느 곳도 미래시장의 비전을 보여주는 곳이 없는 상태다. 전세계가 무기력한 불황의 터널을 지나고 있으며 유일하게 동북아시장, 그것도 중국과 한국만 오로지 성장의 동력이 살아있다. 중국의 현재 성장 기세는 무섭다. 이웃나라인 우리가 소름끼칠만큼.

외환위기를 겪으며 한번 호되게 홍역을 치른 한국은 중국의 뒤를 이어 강력한 성장동력이 작동하고 있다. 게다가 한반도를 중심축으로 한 동북아 경제블럭의 구상의 구체적 밑그림을 이제 막 그려내기 시작했다. 적어도 미국이 한반도의 위기를 고조시키지 않는 한 남북한간 화해조성을 통해 동북아는 세계 경제의 중심동력으로 성장할 유일한 가능성을 지닌 지역이 됐다.
그렇다면 미국의 투자자본이 갈 곳은 어디인가. 답은 분명하다.

미국에게 중국은 미래의-군사적으로는 당장의-잠재적 경쟁자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 한·미 동맹관계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비록 한국이 새로운 국제적 위상에 걸맞는 대우를 요구하기 시작했다지만 지정학적 위험이 만만찮은 한국이 쉽사리 한·미 동맹관계를 파기시키지 않으리라는 확신을 미국은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을 좀 더 만만한 상대로 남겨두기 위해 미국의 조야가 한덩어리로 출범을 앞둔 한국의 새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투자의 탈출구를 찾는 미국 월가의 금융자본들 역시 한국의 주가를 조금 더 압박하고자 한다. 그들은 보다 유리한 상황에서 한국시장에 들어오기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디스의 이번 신용전망 하향 조정은 월가의 바람을 담은 해프닝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주가를 조금만 더 떨어뜨리고 들어올 시점을 잡으려는.

이런 해석이 지나친 아전인수로 비칠 수도 있다. 미국 금융자본의 대한 투자비중이 뭐 그리 높다고 그런 장난까지 치랴 싶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힘은 사자가 토끼 한 마리를 잡기 위해서도 전력을 다하듯 상대를 마지막 순간까지 방심하지 않고 지켜보며 협박이 먹힐 수 있는 수준까지 밀어부쳐 타격을 가한다는 싸움꾼의 철칙을 놓치지 않는다는데서 나온다. 이제까지의 미국은 결코 방심하다 당하는 실수를 한 적이 없다. 오죽하면 9.11테러조차 미국의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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