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책銀 민영화 '과유불급'
[기자수첩] 국책銀 민영화 '과유불급'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파이낸스 이종용기자] 지난 4일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에 대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가 열렸다.

최근 유로존 위기로 국내 금융시장이 요동칠 때 안정판 역할을 한 금융기관들의 감사인 만큼 관심이 집중됐다. 무엇보다 이러한 관심에는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의 민영화 이슈도 한몫 했다.

이들 금융기관의 민영화는 우리금융지주보다 나중의 일이다.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시중은행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대주주라는 점에서 민영화가 시급하다는 점에 이견이 없다.

그런데도 강만수 산은지주 회장은 초대형은행(메가뱅크)론을 재차 꺼내들고 있으며, 기획재정부는 기업은행의 지분매각을 서두르는 모양새다.

이 때문에 이번 국감에서는 국책은행들의 민영화 문제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다행스러운 것은 국책은행의 민영화 시기보다 이들 금융기관의 역할 공백에 따른 '신중론'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정무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민영화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국책은행이 민영화에 걸맞는 체질을 갖췄는지 여부와 민영화 이후 부작용은 없는지에 보다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산은에 대해서는 2년6개월 전 '국내 금융 산업에도 삼성전자와 같은 세계적인 은행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통과시킨 산업은행 민영화 법에 대해 충분한 사전 검토가 필요하다는 질책이 오갔다.

산은의 경우 국내 IB시장에서의 성적은 우수한 편이지만 글로벌 시장은 물론 아시아 시장에서조차 '선수'로서 대접은 못받고 있는 실정이다. 단순히 덩치만 큰 '메가뱅크'만 고집할 게 아니라 경쟁력부터 갖추라는 지적인 셈이다.

기업은행 역시 그동안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역할을 맡아온 정책적 지원 금융기관이었던 만큼 민영화 이후의 역할 공백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더욱이 기업은행은 지난 2008년 리먼사태 이후 여타 은행들이 중소기업 지원규모를 축소할 때 증가분의 90% 이상을 차지하며 존재감을 더욱 부각시키기도 했다.

결국 국책은행들의 민영화에 앞서 이같은 정책 금융기관의 역할 공백에 대한 논의가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공기업 민영화는 집권 정치집단의 이념적 차이나 정부재정 부실 제거 등이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금융시장 전반의 발전방향을 고려한 민영화가 필요하다"는 한 의원의 일갈은 반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국책은행 수장들 역시 "민영화는 정부가 결정할 사안"이라며 선을 그을 게 아니라, 민영화에 걸맞은 체질을 갖췄느냐는 질문에 대한 만족스러운 답을 준비해야 할 때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