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거래소, '제 2의' 고섬사태만 막겠다고?
[기자수첩]거래소, '제 2의' 고섬사태만 막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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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양종곤기자] 지난달 30일 부산에서 열린 한국거래소 국정감사에서 우제창 의원과 한국거래소 김봉수 이사장 사이에 오고간 질의응답 중 일부다.

#우제창 의원 : 부산에 저축은행 피해자가 있듯 중국 고섬 사건에도 피해자가 있습니다. 이 사건을 눈감고 가실건가요?
#김 이사장 : (침묵)
#우 의원 : 답변하실 수 없겠죠. 답변하시면 책임지셔야 하니까요. 하지만 이건 뭔가 생각해봐야할 문제입니다. 알겠습니까?
#김 이사장 : 알겠습니다.

이날 우 의원은 중국 고섬 사태로 인한 투자자들의 손실을 지적한 후 주관사인 대우증권의 미흡한 실사에 대한 비판과 거래소의 제도 보완을 촉구했다. 김 이사장은 제도 개선을 약속했다.

하지만 일주일이 지난 현재 거래소의 입장은 당시 이사장의 입장과는 적잖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5일 거래소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외국기업 상장 심사 강화안을 발표했지만, 중국고섬과 대우증권 문제에 대한 즉답은 피했다.  

박성래 유가증권시장본부 상무는 "대우증권, 중국고섬에 대해 거래소가 감리, 제재 권한이 없다"며 "감리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소송이 제기된만큼 소송결과를 보고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달 29일 중국고섬 주주들이 거래소와 대우증권 등 상장 주관사를 상대로 부실 심사 등을 이유로 19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에 나선 데 따른 것이다.

결국 소송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책임론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는 게 거래소 측 입장이다. 

하지만 한국거래소는 단순히 증권거래 등의 중개자 역할뿐 아니라 '시장감시'라는 책무도 주어져 있다. '제살깎기'가 될 지언정 시장질서를 위해 짚고 넘어갈 부분은 반드시 짚어줘야하는 게 거래소의 역할이라는 얘기다.

특히 거래소는 이번 사태의 책임에 공감하지 않았었다면 국정감사에서도 모르쇠로 일관하는 게 나을 뻔 했다. 중국고섬 사태로 큰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은 거래소 수장의 말 한마디에 울고 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공은 법정으로 넘어갔다. 소송 결과에 따라 거래소의 책임 유무도 판가름 날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어물쩡 넘어가려는 거래소의 태도로 비쳐볼 때, 설령 결과가 나오더라도 뒷맛은 개운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고섬 사태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한 채 '제 2의 고섬사태'를 막겠다는 거래소의 발표 역시 미덥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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