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존재감' 내던진 한국은행 총재
[기자수첩] '존재감' 내던진 한국은행 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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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이종용기자] "금융통화위원 임명에 대해 공식적으로 말할 입장은 못 된다고 봅니다"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은행 국정감사에서 금통위원 공석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질문에 김중수 한은 총재는 이렇게 답했다.

한은법은 금통위 위원은 총 7명으로 구성하도록 한다. 한은 총재와 부총재가 들어가며, 기획재정부 장관과 한은 총재, 금융위원장, 은행연합회장, 대한 상공회의소 회장이 각각 한명씩 추천한다.

그런데 상공회의소 회장이 추천하는 금통위원 한명이 17개월째 공석이다.

이날 손경식 회장은 "정부 의견이 늦어졌기 때문"이라고 해명해 "한국은행이 정부의 입김을 받는 곳이냐"는 의원들의 질타만 받았다. 

무엇보다 이날 한국은행 국감을 지켜보는 이들을 허탈하게 한 것은 김 총재의 '방관자적 태도'였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통위원 1명의 존재감은 두말할나위 없이 무겁다. 금통위원 6명이 3대3으로 의견이 팽팽히 맞설 때 한은 총재가 마지막 캐스팅 보트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하라는 한은법의 취지와도 부합한다.

무엇보다 한은 총재는 금통위 운영을 총괄적으로 책임지는 금통위 의장이다. 그런 그가 1년 넘게 공석인 금융위원에 관해 입장이 없다는 것은 한은의 물가안정 대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시장을 외면하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최근 한은 임직원들에게 전달된 김중수 총재의 편지가 공개됐다. '한은법 개정 의미와 비전'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김 총재는 한은법 개정에 따른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예고했다.

그동안 김 총재가 "우리나라의 중앙은행에는 감독권이 없다"고 언급할 정도로 한은에 은행감독권 확보가 어떤 의미인지는 시장도 잘 알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도 한은의 금융안정 기능의 필요성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그동안 끊임없이 제기돼 온 금통위원 공석 문제만큼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오고 있다. 사실 지난 1998년 한은법 개정 이전까지는 재경원(기재부 전신) 장관이 금통위 의장을 맡았다. 정부 입김대로 통화정책을 통제해 온 시대였다.

김중수 총재가 그 때 당시를 기억한다면, 그리고 통화정책에서의 한은의 독립성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있다면 금통위원 공석문제를 더이상 방관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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