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무디스 평가 유감
(초점)무디스 평가 유감
  • 홍승희
  • 승인 2003.02.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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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적인 신용평가기관이라는 무디스가 한국의 신용전망-신용평가가 아니다-을 두 단계 낮췄다고 한다. 우리 사회에 또 한바탕 호들갑이 나타날만한 소식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미국의 무슨 연구소, 기관들을 흔히 국제적인 이라고 수식을 붙이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한국 사회의 대미의존도가 높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특히 정보와 관련해서는 미국의존도가 거의 절대적이다. 그래서 종종 미국의 입장에서 게이트키핑된 미국 언론 뉴스와 논평이 곧 세계의 중심 시각인양 거름장치도 없이 받아들여지곤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언제까지 그럴 것인가. 이미 무역에 있어서는 중국이 미국에 버금가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한국의 국제적 위상도 과거에 비해 꽤 높아졌다. 당장 미국의 비중이 뚝 떨어진 것은 아니라 해도 서서히 포스트 미국에 대비하는 시각 조정에 들어갈 시점은 됐지 않은가.
물론 아직은 아무래도 한국내 투자 자금의 많은 부분을 미국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 신용평가기관의 신용등급 발표에 신경써야 할 입장이다. 그런데 이번 무디스의 신용전망은 시기 선택이나 여러 행태에서 아무래도 좀 묘하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우선 지금 미국이 북핵문제를 놓고 대북 압박을 강화하며 한국에 대해서도 미국의 입장을 따르라고 강요하는 시점이다. 더욱이 미 지상군은 감축을 전제로 한강 이남으로 이전시키고 대신 우리에게는 MD체제로 빨리 들어서라고 재촉하고 있다.
지상군 감축은 굳이 한반도에서만 이루어지는게 아니라 미국의 국방정책 자체가 그런 방향으로 변하고 있는 와중이니 그렇다 하고 이지스함 구입을 강요하며 MD체제로 빨리 편입되도록 재촉하는 미국 정부와 거기 발맞춰 한반도 위기상황을 증폭시키려는 미국 보수언론들이 활개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 발맞춰 미국적의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가 북핵문제를 이유로 한국의 신용전망을 두 단계 낮췄다는 것이다. 그리고 4월까지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이런 일들이 각각의 입장에서 별도로 나왔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것이 단순히 관치언론이 판치던 우리 사회의 경험 탓만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을 방문했던 무디스 톰 번 국장이 4월까지는 현재의 등급을 유지하겠다고 했지만 미국 본사에서는 신용등급을 내리지 않는 대신 신용전망 하향조정이라는 묘수를 썼다는 점이 그다지 개운한 인상을 주지는 않는다.
요즘 미국은 조야가 일사분란하게 전쟁을 지향한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물론 야당인 민주당이 한반도에서는 대화를 우선하라고 충고하고 있지만 그 또한 부시정권과의 전략적 제휴의 냄새를 완전히 걷어내기 어렵게 한다. 이라크전과 한꺼번에 전쟁을 치를 위험으로 몰고가지 말라는 선의(?)의 충고 정도일 것이라는 판단이 지나친 것일까.
이런 판단에도 불구하고 무디스 평가가 향후 국내 증시에 미칠 영향에 신경쓸 수 밖에 없는게 또한 현재 우리의 처지다. 하루 이틀 증시의 외국인 투자동향을 살펴보면 무디스의 평가 의도가 좀 더 확연히 드러날지도 모른다.
이럴 때 아쉬운 것은 한국의 신뢰할만한 신용평가기관이 아직 나오지 못한 것이다. 우리의 해외투자 증가와 맞물리는 문제이긴 하지만 이제는 웬만큼 국제적 신뢰를 얻을만한 신용평가기관 하나쯤은 등장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 바람이다. 너무 꿈같은 생각인가.
하긴 아직은 미국의 투자자들이 우리를 어떻게 신뢰하게 만드느냐에 더 신경쓸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긴 하다. 미국과의 관계, 어떻게 풀어가야 할 것인지 국내에서도 합의는 고사하고 그 견해의 편차가 너무 크기만 하다.
다만 현 시점에서 기대할 바는 미국의 한마디에 미리 호들갑떠는 식으로 국내 투자여론이 흐르지 않고 조금은 의연한 투자환경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것이다. 가능성 여부는 차치하고. 그것만으로도 미국의 압박 강도는 일단 힘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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