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보험(保險) 빠진 '상조보험'
[기자수첩]보험(保險) 빠진 '상조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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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유승열기자] 이달 들어서만 교보생명과 LIG손해보험이 상조보험을 출시하는 등 보험사들의 상조시장 진출이 본격화되고 있다. 

상조업체들의 잇딴 부실로 소비자들의 불신이 커지자 보험사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신뢰도를 무기로 저변확대에 나서는 모습이다. 국내 보험시장이 포화상태에 접어든 만큼 신규고객 유치를 통해 교차판매를 유도하기 위한 포석도 담겨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보험업계 역시 상조시장 진출을 업계의 '트렌드'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상조업체의 부실운영과 높은 장례비용이 사회문제로 부각되면서 상조보험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보험사들의 관련 상품 출시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보험업계의 이같은 기대감과 달리 한 보험사 임원은 상조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보험사들이 의외로 많다고 귀띔했다. 지난해 보험상조 부실경영이 논란이 됐을 때 상조보험 가입건수가 급증하면서 업계에서는 "해볼 만하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결국 가입실적이 이전 수준으로 회귀했기 때문이다.

보험사의 신뢰도만을 무기로 상조시장에 뛰어들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현상을 놓고 '쏠림현상'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타 보험사와의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 너도나도 상조보험을 출시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 실제 일부 보험사는 상조시장에 대한 면밀한 사전조사 없이 단지 고객이탈을 막기 위해 관련상품을 출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해당 보험사 관계자는 "이전부터 상조보험 출시를 계획해 왔지만 얼마나 많은 고객들이 가입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와관련 업계 전문가들은 상조보험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이유로 현물지급형 대신 단순제휴형이 상조보험의 주류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현물지급형의 경우 마케팅 부진과 미래가격 리스크와 보험료 계산이 복잡해 보험사들이 출시를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단순제휴형은 소비자피해를 방지할 수 있는 장치가 없어 상조회사 상품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는 결국 보험사가 '고객 리스크 최소화'라는 본연의 책무를 외면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보험사의 상조시장 진출이 '고객이탈 방지' 목적의 쏠림현상에 불과하다면 상조보험의 성공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보험사 고유의 역할을 상품에 녹여낸다면 상조시장은 보험업계의 또다른 '블루오션'으로 주목받게 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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