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과는 다른 '유럽 리스크'
이전과는 다른 '유럽 리스크'
  • KTB투자증권 박석현 메크로팀 연구원
  • ggm11@seoulfn.com
  • 승인 2011.08.19 14: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8월 이뤄진 주가 급락은 현재 국내외 펀더멘털 환경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물론 향후 펀더멘털 환경이 안 좋아질 가능성은 상존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요인이 주가를 단기에 급락시킬 만한 것은 아니다. 시장의 큰 뉴스가 됐던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 역시 마찬가지다.

역사적인 사건인 것은 분명하지만 AAA에서 AA+로의 한 단계 강등이 글로벌 증시 동반 폭락의 주 원인이라고 보기는 부족한 부분이 많다.

따라서 8월 국내증시를 포함한 글로벌 증시 동반 폭락의 원인은 다른 데서 찾아야 하는데, 이는 유럽 리스크를 꼽을 수 있다. 물론 지난해부터 지속됐던 유럽 리스크를 새삼스럽게 8월 주가 폭락의 주 원인으로 지적하는 것이 부적절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제기되고 있는 유럽 리스크와 이전의 유럽 리스크는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력 측면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전까지는 그리스, 포르투갈 등 경제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나라의 문제였던 반면, 8월 이후 유럽 리스크는 유로존에서 경계규모가 3번째로 큰 이탈리아의 위기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문제가 갖는 위험성은 높은 국가부채비율(2010년 말 기준 GDP대비 국가부채비율 119%. 유로존 내에서 143%를 기록하고 있는 그리스 다음으로 높은 수준)에이 고금리에 취약성을 노출시키고 있는 가운데 절대 부채 규모가 지나치게 많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기준 이탈리아 국가부채는 그리스(3,286억 유로)의 거의 6배에 달하는 1조8,430억 유로이며, 이는 유럽 내에서의 리스크 전염도를 높이는 잠재적 요인이 된다.

프랑스와 독일의 그리스에 대한 익스포저는 각각 424억 유로와 254억 유로에 그치지만, 이탈리아에 대한 익스포저는 각각 2,933억 유로와 1,212억 유로(이상 BIS Data, 2010년말 기준)로 급증한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8월 들어 두드러졌던 유럽 은행주 동반 급락 원인이 루머에 불과했던 프랑스에 대한 국가신용등급 하향 우려에 있는 것만이 아님을 말해준다.

물론 최근 상황은 다소 안정되고 있다. 리스크를 판단하는 척도인 금리 움직임이 안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8/4일 6.20%까지 급등했던 이탈리아 10년물 국채금리는 ECB(유럽중앙은행)의 이탈리아 국채 직접 매입에 따라 최근 5% 미만으로 급락했다.

또한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주 추가적인 재정지출 축소를 통해 당초 계획보다 1년 빠른 2013년에 균형 재정에 도달하는 정책 목표를 수립하며 신뢰 회복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이 신뢰 회복을 위한 길을 걷고 있는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이탈리아 국채금리에 대한 ECB 개입이 한계를 보일 수 있다고 예상되고 있는 점과 국채금리 급락과 달리 같이 움직여야 할 이탈리아 CDS 스프레드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는이탈리아 및 유럽 리스크의 궁극적인 안정 확보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현재 기대할 수 있는 요인은 이번에도 역시 정책적 대응뿐이다. 특히 미국보다는 유럽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높아진 위기 상황은 유럽 지도부에 대해 신속하고 과감한 정책대응을 강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기대와 달리 유럽의 정책대응은 기민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현재 예상되는 대응책들, 즉 유로 본드 발행이나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확충에 대한 공식적인 논의는 배제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유럽 리스크의 해결과정이 신속히 이루어지지 못할 경우 궁극적으로는 추가적인 밸류에이션 조정이 뒤따를 수 있다는 점에서 당분간은 안전 위주의 시장대응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