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주년 특집>'자금, 효율적 배분으로 국민경제 기여해야'-한밭대 조복현 교수
<창간2주년 특집>'자금, 효율적 배분으로 국민경제 기여해야'-한밭대 조복현 교수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4.1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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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1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 은행들은 구조조정과 금융개혁을 거치면서 산업 및 소유구조와 경영행태 측면에서 큰 변화를 겪어왔다.

이러한 변화는 그동안의 우리 은행의 낙후성을 탈피해 은행 자신의 경쟁력을 확대시키는 것은 물론 금융시스템 전체의 기능을 향상시킬 목적으로 이루어졌다.

산업 및 소유구조 측면의 변화를 보면, 은행규모가 대형화되고 해외자본의 은행소유가 크게 증가했다.

구조조정과 합병의 과정을 통해 은행 수는 크게 줄어든 대신 개별은행들의 규모는 크게 증대되었는데, 외환위기 이전에 33개에 달하던 국내은행 수는 현재 19개로 줄어들었으며 시중은행의 평균 자산규모는 외환위기 이전에 비해 3배나 증가했다.

또 부실은행의 해외매각과 해외자본 유입 자유화에 따라 시중은행 중 3개 은행이 외국자본에 매각되었으며, 외국인 주식보유지분이 50%를 넘어서는 은행도 지방은행까지 합치면 4개에 달하게 되었다.

은행경영 행태도 이러한 대형화 및 해외자본 지배의 증대와 함께 은행의 영업범위와 자산운용에 대한 규제완화 등 금융자유화로 인해 크게 바뀌었다.

외환위기 이전에는 은행이 자산운용에 있어서 여러 가지 정부규제를 받아왔고 영업범위도 크게 제한을 받아왔으나, 외환위기 이후 은행의 경영활동은 정부의 각종 규제에서 벗어나 수익성과 안전성 위주로의 영업이 가능해졌다.

그러면 이러한 우리나라 은행의 산업구조와 경영행태 변화가 은행의 경쟁력 개선과 금융시스템의 기능 향상에 얼마나 기여했을까? 현재까지 나타난 여러 결과들을 종합해보면 그 대답은 긍정적이지 못하다.

합병을 통해 대형화되거나 외국인 경영자에 의해 경영되는 은행들의 경쟁력은 다른 은행들에 비해 더 크게 개선되지 못했으며, 이들 은행들의 경영행태 변화도 국민경제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주지 못하고 오히려 여러 문제들을 야기시키고 있다.

합병을 통해 대형화한 은행들은 대부분 비용상의 절약을 가져오지 못했다. 합병 후 최근까지 자산 1단위당 영업비용은 예금이자율의 저하로 인해 많이 줄어들었으나, 자산 1단위당 판매관리비는 전혀 개선을 보이지 못했다.

자산수익률로 측정한 수익성 역시 대형화 이후 오히려 악화되기조차 했다. 외국계 은행들 역시 새로운 선진금융기법의 도입을 통한 효율성 개선 기대와는 달리 수익성면에서 국내은행보다 더 좋은 성과를 보이지 못했다.

그 대신 대형화 은행이나 외국계 은행들은 자산운용면에서 수익성과 안전성 위주의 영업행태를 지나치게 강화함으로써 기업에 대한 투자자금의 공급과 경제주체들 모두에 대한 다양한 금융서비스 제공이라는 은행 본래의 금융기능을 크게 손상시켰다.

이들 은행들은 투자자금 공급인 기업대출보다는 투기와 소비를 위한 자금공급으로서의 가계대출에 더 주력해 왔다. 외국계 은행들은 해외매각 이후 원화대출금 중 가계대출 비중을 이전보다 2배 이상 증대시켰으며, 합병을 통해 대형화한 은행 역시 가계대출 비중을 크게 증가시켰다.

이러한 기업대출에서 가계대출로의 자산운용 전환은 자금을 경제성장을 위한 생산적 투자로부터 부동산 투기의 과열을 부추기는 비생산적 투자로 흐르도록 만들었다.

또한 이들 은행들은 기업대출 중에서도 특히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크게 감소시키고, 가계대출 증가도 주로 부자들을 고객으로 하거나 주택담보 대출에 주력했다.

외국계 은행들은 특히 중소기업과 저소득층에 대한 대출을 축소시키는데 앞장섰는데, 이들은 영업의 초점을 부유한 개인의 자산관리에 맞추는 듯 했다.

국내 대형화 은행들 역시 외국계 은행의 영업방식을 추종해 나갔다. 은행들의 이러한 영업행태 변화는 중소기업의 투자자금 조달을 곤란하게 만들고 저소득층의 은행접근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결국 우리 은행들은 대형화와 외국자본유입으로 은행의 경쟁력 개선이나 금융기능의 향상은 얻지 못한 채, 오히려 자금의 비효율적 배분과 국민경제의 양극화를 부추기는 부정적 효과만을 강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일반기업들이 국민들에게 필요한 재화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이익을 창출해내듯이, 은행들도 국민경제에 성장과 안정을 가져다주도록 사회의 저축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사후 관리하는 기능을 제공하면서 이익을 얻어야 한다.

자금의 비효율적 배분과 양극화를 강화시키는 영업을 통해 은행들이 돈을 번다면 기업이 국민에게 해로운 재화를 만들어 돈을 버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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