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고다음 "날 원하는 님은 악사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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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보상·긴급출동인원은 탐나지만
인수해도 골치, 배보다 배꼽이 크다

[서울파이낸스 유승열기자] 독일 에르고 그룹이 한국보험시장 철수를 밝히고 에르고다음다이렉트손해보험을 매각키로 결정했지만 적극적으로 인수하려 하는 기업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지난 5월말 에르고 그룹은 한국보험시장에서 철수할 것을 결정하고 LIG손보가 갖고 있던 에르고다음의 지분 7.4%(110만6226주)를 212억원에 매입했다. 적자난에 허덕이면서도 영업을 지속하기 위해 수백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해왔으나 결국 수익 개선의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이후 에르고 그룹은 롯데손보, 알리안츠생명 등 다른 보험사들에게 에르고다음 인수 의사를 타진했으나 거절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에르고다음에 가장 적극적인 회사는 독일 악사 그룹이다. 한때 온라인 자보업계를 선도하던 악사손보는 동부화재 등에 밀려났다. 그러나 에르고다음을 인수하면 온라인 자동차보험시장 1위 자리를 되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5월 기준 온라인자보 시장점유율은 동부다이렉트가 약 18%로 가장 높고 악사손보는 15.2%였다. 여기에 에르고다음(9.3%)을 인수할 경우 약 25%로 증가하게 된다.

악사 그룹은 에르고다음에 대한 인수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국내에 실사단을 파견하고 내달 중순 인수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농협도 유력한 인수자로 꼽히고 있다. 농협 측은 에르고다음을 인수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지만 향후 NH화재가 자동차보험 영업을 하기 위해선 인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년 총선과 대선이 있어 자보 인가를 받는 게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설령 인가를 받는다 하더라도 대물보상이나 긴급출동 담당 부서가 없어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 이같은 문제들을 가장 빨리 해결하는 방법이 에르고다음 인수라는 것이다.

현재 손해보험사를 갖고 있지 못한 은행이 인수할 가능성도 있다. 금융당국은 이미 보험사의 신규인가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보험사를 설립할 수 없다. 그러나 에르고다음은 이미 종합손보사로 인가를 받아놓은 상태여서 인수자는 일반·장기·자동차 등 모든 손해보험영역에 진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최근 보험사 인수 의지를 적극적으로 밝힌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가 인수전에 참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에르고 그룹이 매각 의사를 밝힌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적극적으로 인수 의사를 밝히는 곳은 악사손보밖에 없다. 손보사들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인수 검토 의사를 밝히는 곳도 없다.

많은 돈을 들여 에르고다음을 인수한다면 이를 통해 영업이익을 봐야 하지만 오히려 적자를 메워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불필요한 고용인력도 문제다.

특히 손보사가 에르고다음을 인수할 경우 설계사, 손해사정사, 보상인력 등 많은 임직원들의 업무가 중복되게 된다.

이는 기업에게 있어 불필요한 자금낭비이므로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데, 에르고다음의 직원들이 고용보장을 주장해 마찰을 빚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악사 그룹도 에르고 그룹에게 인수 조건으로 대인보상 인력을 정리해줄 것을 요구했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대물보상과 긴급출동인원이 늘어나면 자동차보험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다"며 "에르고다음이 대물보상 부문만 따로 매각한다면 산다는 손보사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인수시 구조조정이라는 난제를 풀어야 하는 데다 정작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지에 대해서도 의문"이라며 "수박 먹고 싶다고 과일세트를 사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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