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로또신드롬...사회경제학적 접근
(충무로)로또신드롬...사회경제학적 접근
  • 이양우
  • 승인 2003.02.0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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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한자로 金融. 돈이 돈다 내지는 흐른다는 뜻이다.
그런데, 지금은 돈이 돌지 않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신용위기라고 해도 무방할 듯하다.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
돈도 나름의 흐름의 법칙이 있다.
한마디로 말해 돈되는 곳으로 흐른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은 돈되는 곳이 없다.
부동산도, 주식도, 그렇다고 은행예금도 아니다.
그래서인지 은행이, 그것도 글로벌 시대의 경쟁력을 위해 만든 리딩뱅크가 로또라는 복권으로 돈을 끌어들이는 한심한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불경기속에 들이닥친 로또열풍은 이제 로또 신드롬에 가깝다.
은행 창구에서 장사진을 이룬 복권구입자들의 행렬을 보노라면 IMF이후 실직자들의 구직행렬, 주말 극장가의 아베크들의 매표행렬, 아파트 당첨을 위한 투기행렬, 서부개척시대 마케냐의 황금을 쫒는 광부행렬, 그리고 나찌시절 수용소입구에 늘어선 유대인 행렬등이 오버래핑되면서 개운치가 않다.
역사속에 대부분의 행렬은 부정적 이미지로 각인돼 있음일 것이다.

당첨금이 커지면서 로또펀드까지 등장했다고 하니 더더욱 한심한 노릇이다. 으례 복권은 한 두장 심심풀이로 사는게 우리네 복권문화였다.
그런데 이제는 수백만원어치를 사는 사람을 주변에서 쉽게 볼수 있다.
투자와 투기의 혼동. 이정도면 문제는 간단치가 않아 보인다.
은행이 쌈지돈이나 코흘리개돈으로 장사를 하다니...

어느 현직 기자가 현직 국민은행장의 인물평전의 제목으로 쓴 큰장사꾼이라는 표현이 무색한 대목이다.
하기야 로또에 대한 비판여론을 의식한 듯 은행이 1조원의 자금을 증시에 투입하겠다는 쇼맨십(?)을 발휘하는 걸로 보아 장사꾼의 최소한의 덕목인 꾀는 갖춘 듯하다.
물론 복권이 나쁜 것만도 아니다.
모두 알다시피 스페인이나 그 뿌리가 같은 라틴계통 여러나라들에서는 복권의 향방이 국가 경제의 일시적 향방을 좌우할 정도인 곳도 많다.
그렇다고 국가경제의 근간이 흔들리지는 않는다.
어떻게 보면 우리 민족성도 다혈질로 대변되는 만큼 복권알레르기를 보일 필요가 없어 보이기도 한다.
정치적 민주화과정에서 사면이 있듯이 경제민주화라는 관점에서 복권에게도 해방의 자유를 줘야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의 복권열풍은 돈이 흐르지 않는다는, 돈되는 곳이 없다는 또 다른 반증이라는 의구심이 함께 하기에 우려가 크다.
과거 신용경색이라는 말이 회자된 적이 있다.
돈 쓸 곳은 많은데 쓸 돈이 부족해서 생긴 말인데 이 말에서 더 나아가 무조건 돈이면 된다는 식의 3不問이라는 말까지 생겨났었다.
만성적인 자금난 상태였던 고도성장기의 일이다.
지금의 상황은 그같은 신용경색의 상황과는 정반대에 가깝다. 신용위기라는 표현이 더 적절해 보인다.
신용경색은 인체에 비유하자면 일종의 영양실조에 가깝지만 지금 우리나라가 앓고 있는 신용위기는 비만이나 동맥경화같은 증세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같다.

그렇다면 돈이 흐르지 않는, 혹은 못하는 이유는 뭘까.
난제인 동시에 우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간단하다.
경제학의 상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돈이 이처럼 흐르지 않는 까닭을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쉽게 말해 모든 것이 위축돼 있기 때문이다.
사회 심리적 위축은 경제활동, 기업의 시설투자나 개인의 소비성향, 이런 것들의 위축으로 이어지고 이런 현상이 장기화되면 시간개념을 포함시켜 학자들이 만든 용어인 불경기가 되는 것이다.
물론 이는 지극히 편의적이고 현상적인 해석이고 불경기는 아주 많은, 그러니까 경제주체들의 심리적 위축을 유발하는 각종 요소들의 복합적 산물이라고 봐야한다.
이를테면 현재 상황에서 지적한다면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앞둔 위기감 등등. 더 매크로 한 시각에서 본다면 스스로 불경기와 호경기를 주기를 이루며 넘나드는 경제논리 그 자체가 답일 수도 있다.
세계경제의 동반침체라는 점에서는 그럴 개연성이 높다.

그러나 국내적 요인등 미시적 관점에서 볼 필요도 있다.

필자는 이 관점에서 해석하고 싶다.
최근 금융보안대란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인터넷 대란에서 시작된 금융보안대란은 위조지폐 및 카드, 현금수송차량 도난, 신용카드 범죄등 온갖 형태의 범죄로 번져가고 있다.
금융소비자들의 얼어붙은 마음이 돌지 않는 돈을 인위적(?)으로 돌게 하는 행위, 즉 범죄의 형태로 비화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앞서 지적했듯이 금융보안이나 위기라기 보다는 신용위기가 맞다.
자세히 관찰해보면 물리적인 보안망의 문제가 아니기때문이다.

경제학의 분화된 영역으로 정치경제학, 사회경제학 등이 존재한다. 경제 제현상을 단순히 수리적으로만 해석해서는 보이지 않는 총체적이고 근본적인 원인 규명을 위해 유효한 개념들이 그 안에 있다. 그같은 맥락에서 지금의 경제상황은 사회경제학적 관점에서 풀어볼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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