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銀 자본확충 '비상'...올 5조 필요
시중銀 자본확충 '비상'...올 5조 필요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3.0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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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자산 10조 늘어 BIS비율등 '휘청'

올해 은행들의 경영 화두는 외견상 규모, 수수료 수익, 방카슈랑스 등으로 비쳐지고 있지만, 은행 내부적으로는 자본조달이다.

지난해 대규모 가계대출 확대로 은행 자산은 100조원이나 늘었지만, 이를 뒷받침할 자본규모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국공채등 무위험자산에 투자되는 부문 등을 제외하면 은행들은 늘어난 자산 규모의 약 5% 정도의 자본을 확충 해야 한다.

은행들이 늘어난 자산 규모에 맞추어 자본을 확충해야 하는 이유는 일종의 레버리지 비율이라고도 할 수 있는 BIS비율 제한을 받기 때문이다. BIS 비율 8% 또는 10%를 유지하면서 영업규모를 키워야 하기 때문에 은행들의 자본 조달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자본 확충 방안이 현재로선 마땅치 않다는게 큰 고민이다. 증시 상황이 좋지 않고, 은행 주가가 턱없이 낮은 상황에서 증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후순위채도 지난 몇 년간 발행 한도를 거의 소진해 더 이상 발행할 수도 없다.

이제 남은 방법은 신종자본증권으로 불리는 하이브리드채권 밖에 없다.
그러나, 이라크 전쟁 및 북핵 사태 등에 따라 국내외 증시 상황이 여의치 않게 됨에 따라 하이브리드 발행도 여의치 않게 됐다. 그렇지 않아도 고금리 논란이 일고 있는 하이브리드 금리가 치솟고 있으며 원하는 물량이 원하는 금리 수준에서 소진될지도 미지수다.

국민은행도 10억 달러 정도의 하이브리드 발행 계획을 연기했으며, 외환은행은 터무니 없는 예상 발행 금리에 계획을 아예 유보했다. 외환은행은 이에 따라 코메르츠 등 대주주들에게 증자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유럽 은행들의 경영 악화가 발목을 잡고 있다.

금리도 당연히 문제다. 은행들은 증자하는 경우보다 하이브리드 발행에 따른 부담이 작고 ROE, ROA등이 상승한다며 금리는 별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당장 연 9% 안팎의 이자를 지불해야 하는 것은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하이브리드 발행을 놓고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특혜를 주고 있다는 여론도 부담이다.

이를 무마하기 위해 금감위는 지난 23일 원화 하이브리드 발행도 허용할 방침이라고 밝혔으나 주요 은행 지분 60% 안팎을 차지하고 있는 외국인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미지수이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BIS비율 등에 영향이 없고 자산-부채에 잡히지 않는 프로젝트 파이낸싱, 자본상품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허약한 자본력으로는 BIS 비율 하락 때문에 기존 예대 업무에 치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본 확충에 실패하고 비이자수익도 내지 못하면 은행들의 경영상태는 위축될 수 밖에 없다. 대출 채권을 대거 매각하거나 보유하고 있던 주식, 채권 등도 내다 팔아야 한다. 이렇게 되면 은행들의 덩치는 작아지게 되므로 은행들의 자본 확충은 필수가 되는 것이다.

물론 하이브리드 이외에 다른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은행들이 이익을 많이 내서 내부 유보금을 키우면 된다. 하지만, 기업여신에 이어 가계대출의 후폭풍을 맞은 은행들이 빠른 시일 내에 이익을 급속히 키우기는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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