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케리 짝사랑(?)의 허와 실
<데스크 칼럼>케리 짝사랑(?)의 허와 실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4.11.04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번 미국 대선과정에서 한국의 주요 언론과 네티즌들은 이상하리만치 케리에 대한 우호적인 감정을 표출했다.

선거자체가 워낙 박빙이긴 했지만 미국현지의 출구조사가 발표되는 상황에서도 케리의 당선가능성을 믿으려는 경향이 지속됐다.
국내 주요 언론들은 일부 미국 언론의 케리 우세를 여과하지 않은 채 번역판으로 보도하면서 케리 후보가 당선될 것으로 여론을 몰아갔고, 주요 포탈 사이트들도 이에 뒤질세라 여론 조사를 실시하면서 케리 후보의 당선가능성에 무게중심을 뒀다.

한 여론 조사에서는 80%에 이르는 네티즌들이 케리 후보의 당선에 베팅 했다. 마치 집단적 최면에 걸린듯 했다.
그러나, 결과는 부시의 승리로 끝났다.
이번 선거과정을 통해 필자는 이성을 상실한 듯한 군중심리, 그리고, 그 뒤에 남겨진 집단적 허탈감을 동시에 보는듯 해 씁쓸하다.

물론 여론 조사가 단순히 대선 결과를 예측하는 것일 수도 있으나 80% 이상의 높은 지지율을 케리에게 보냈다는 것은 정상적인 것이라기 보다는 군중심리가 심각하게 왜곡돼 표출됐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왜곡된 군중심리로 해석하는 까닭은 이렇다.
우선 케리 후보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과 부시에 대한 반감이 일정부분 냉정한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후보인 케리가 당선될 경우 한반도 안보문제를 비롯해 우리나라와 밀접한 미국의 주요정책들이 조금이나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을까하는 기대감 이 깔려있다.

문제는 케리 후보에 대한 국내 네티즌들의 짝사랑(?)의 이유를 보다 꼼꼼히 들여다 보면 이러한 막연한 군중 심리가 얼마나 허구에 가까운 것인지 알 수 있다는 점이다.

첫째, 케리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부시 대통령 보다 북핵 문제를 더 유연하게 평화적으로 대처할 것이라는 기대이다. 911 테러에 대한 보복으로 이라크 공격을 감행한 부시는 핵 위험을 안고 있는 한반도에는 위협적인 존재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케리가 대통령이 되면 한반도 안보에 우호적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일 수도 있다.

케리가 대통령이 되면 빈 라덴과 화해하고 미군을 이라크에서 철수시킬 것인가? 물론 간단하게 바라볼 문제가 아니지만 미국의 지도자들은 안보 문제를 절대로 쉽게 풀어나가는 나라가 아니다.

단 한 명의 미국인이 외국에서 공격을 받아 피살되면 대통령을 포함해 전 미국 언론과 외국에 주둔한 미국은 비상 태세로 돌변한다. 그런 나라가 미국이다.

케리가 대통령에 당선된다 하더라도 테러와의 전쟁을 멈출 수도 없을 뿐더러 이라크에서 후퇴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어느 정도의 유연성은 존재하지만 케리도 북핵 문제에 대해 자국의 안보를 뒤로 한 채 남한에 우호적인 정책을 끌어가지는 않을 것이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미국인의 우상이자 세계 젊은이들의 우상인 존 에프 케네디 대통령이다. 케네디 대통령은 민주당 출신이지만 미국 역사상 가장 강경한 군사 정책을 구사한 대통령으로 기록되어 있다.

쿠바 사태에 대해서 케네디는 단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핵 사태의 위험을 무릅쓰고 핵 미사일의 헤드를 쿠바와 소련으로 전진 배치했다. 미국의 안보가 걸린 문제였기 때문이다.

케네디는 쿠데타를 한 박정희와 손을 맞잡은 장본인기도 하다.
케리가 월남에 참전했으며 반전에 대한 생각을 표출한 바가 있다고 해서 미국의 안보를 볼모로 한 채 한반도를 지켜줄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둘째는 경제정책에 관한 것이다.
케리가 당선될 경우 보호 무역을 풀면서 한국 경제에 보탬이 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는 것같다.

케리가 될 경우 IT 업종이나 환경업종, 대체에너지 등이 수혜를 받을 업종으로, 부시 대통령은 철강, 자동차, 에너지 등이 수혜를 받을 업종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전망이다.

사실 우리 경제는 누가 미국 대통령이 된다 하더라도 반도체, LCD, 생명공학 등 IT 업종에 사활을 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부시가 대통령이 된다고 해서 IT 세계 최강국 미국이 하이텍 정보통신 위주의 산업 정책을 소홀히 할 것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더구나 부시 수혜 산업인 자동차와 철강은 우리 경제를 이루는 근간 산업이다.

물론, 부시가 대통령에 당선된다고해서 한국의 이익에 더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선거과정에서 드러난 케리 낙관론과 같은 막연한 기대감이 우리사회를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에 아연할 따름이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