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의 '이미지 메이킹'
금감원의 '이미지 메이킹'
  • 황철
  • 승인 2004.11.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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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금융감독원이 ‘감독기구 위상 정립’을 위해 방송과 스포츠를 동원하는 다양한 이미지 메이킹 작업을 구상중이라는 소식이다.

골자는 유명 연예인을 ‘홍보대사’로 위촉하고, 방송매체를 이용해 감독기구로서의 공공성을 홍보하겠다는 것. 여기에 스포츠단 창설까지 고려하겠다고 한다. 이쯤되면 본연의 임무를 넘어 비인기 스포츠 활성화까지 도모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힌 셈이다.

우리는 TV를 통해 공공성이 강한 국가기관들이 공익광고 형식으로 자신들을 홍보하는 예를 흔히 볼 수 있다.
그런데, 금감원의 이런 구상에 박수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왜일까.
이번 금감원의 발상이 시기적으로도 방법적으로도 적절치 않기 때문이라는 인식이 많은 것 같다.

금융계 현실을 보자. 방카슈랑스를 둘러싼 금융권 잡음과 카드채, 신용불량자 문제등 해결해야할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모두가 국가 경제 사회적으로 중차대한 사안들이다.
지난 국감에서 가계대출 관리와 카드사 부실, 생명보험회사 감독 부실에 대한 집중 추궁도 받았다. 금감위·금감원 조직 개편 과정에서 보인 내부적 잡음도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다.

금감원이 이런 현실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조차 제공하지 못한 채 ‘감독기구 위상정립’을 위해 대대적 이미지 전략에 나서는 것은 문제의 본질과는 동떨어져 보인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금감원 운영자금으로 올해만 1505억원을 분담한 금융사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어렵게 모아준 감독분담금을 금융 안정화와 감독 역할 수행에 써도 모자랄 판에 막대한 자금이 드는 스포츠단 창설까지 고려하겠다니 그럴 만도 하다. 금융권 전체가 머리를 맞대고 현안 해결책을 강구해야할 이때, 성급하게 갈등의 씨앗만 뿌리는 것은 아닌지...

‘감독기구로서 위상 정립’은 대대적인 홍보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

진정한 위상 정립은 ‘금융기관의 건전성 확보와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때 자연스럽게 보장된다. 홍보대사 위촉이나 공익광고등의 홍보 활동은 부수적 차원에서 진행돼야 할 사항이다.

금감원 관계자의 말처럼 “국민들에게 다가서고, 친숙해지기 위해서”는 방송에 내보내는 선언적 광고 따위에 매달리기보다 책임의식과 보다 내실있는 역할 수행에서 찾는 것이 올바른 순서라는 생각이다.

황철 기자 biggrow@seoulf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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