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우롱한 기름값 인하 '혼란', 누구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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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사 "내렸다" vs 주유소 "못내리겠다"…"정부가 원인 제공" 중론

[서울파이낸스 나민수기자] 정유 4사가 7일 0시를 기해 휘발유·경유 가격을 리터당 100원 내리기로 발표했지만 이날 직영점을 제외한 많은 주유소에서는 전날과 같은 가격으로 판매하거나 50원 정도 할인하는 상황이 연출돼 기름값 인하를 기대했던 소비자들에게 실망과 함께 혼란을 주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나?

이날 한국주유소협회는 정유 4사를 비판하고 나섰다.

주유소협회는 "정유사들의 가격인하 발표는 사전 조율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으로 정유사들은 지난 3월 말 재고를 가득 채우라고 종용한지 1주일 만에 가격인하를 전격 발표했다"며 "주유소들은 즉각적인 가격할인이 어렵고, 인하방법이 사별로 달라 소비자의 불만이 급증하는 등 일선 주유소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유소 매출이익이 5%에 불과한 상황에서 수억 원에 이르는 재고분에 대한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리터당 100원을 인하해 판매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재고소진과 정유사의 공급가격을 고려하여 향후 1~2주 정도 시차를 두고 판매가격은 인하될 것"이라고 밝혔다.

재고문제 외에도 시스템 오류 등으로 인해 할인 또는 적립혜택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 등 졸속 시행으로 인한 불만까지 겹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주유소협회는 "국민들과 고통을 분담하기 위해 기름값을 내리겠다고 발표하면서 충분한 시간과 준비 없이 일방적으로, 졸속으로 추진한 정유사에 대해 일선 주유소들이 매우 서운해 하고 있다"며 "정유사의 발표만 믿고 주유소의 판매가격 인하를 기대했던 소비자들에게 죄송한 마음 금할 수 없으며 일선 주유소의 상황에 대해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표면적으로 보면 정유사들이 주유소들과의 충분한 사전조율없이 기름값 인하를 단행한 것이 문제로 보인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정유사나 주유소를 비판하기 보다는 정부의 '밀어부치기식 인하 압박'에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1조원이 넘는 유류세를 더걷으면서도 유류세 인하는 도외시한 채 지경부 등 정부 부처가 전방위로 기름값인하를 종용한 것이 문제의 시발점이라는 지적이다.

치솟는 물가를 잡기위해 관세인하 외에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던 정부 각 부처는 지난 1월13일 이명박 대통령의 '기름값이 묘하다'는 한마디에 기다렸다는 듯 담합조사 등 전방위로 정유업계를 몰아부쳤다.

그 결과 정유사들은 사전 준비 없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기름값을 내림으로써 주유소의 반발을 불러일으켜 궁극적으로는 소비자들만 우롱당하는 꼴이 됐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물가를 잡기위해서는 유류세 감면 등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와야 하는데 정유사들에게만 그 책임을 떠맡기는 것은 비겁한 행동"이라며 "고통분담은 커녕 정부 개입으로 시장경제만 훼손시켰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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