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금자리주택 좌초]자기 꾀에 스스로 넘어간 정부
[보금자리주택 좌초]자기 꾀에 스스로 넘어간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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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임해중 기자] 현 정권 핵심사업중 하나인 보금자리주택 사업이 결국 좌초했다.

무주택서민을 위해 '반값' 공약을 약속하며 역점사업으로 추진했지만 정부가 경제정의를 이유로 분양가 강제조정에 나서면서다.

국토해양부는 5일 과도한 시세차익이 보장되는 일부 그린벨트 지구는 보금자리주택의 분양가를 주변 시세의 80~85% 수준에서 공급할 수 있도록 용지 가격을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보금자리주택 건설 등에 관한 특별법'이 발의됐다고 밝혔다.

이는 친서민 대선 공약이었던 '반값 아파트 공급'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어서 "결국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갔다"는 날선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개정안에서는 보금자리 토지 공급방법 및 조건 변경과 관련 '저렴한 가격으로 보금자리주택이 공급될 수 있도록'에서 '주거생활 안정 및 보금자리주택 공급 촉진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로 바꿨다. 보금자리주택정책의 근본 취지가 완전히 뒤바뀐 것이다.

처음엔 '친서민 주거정책'을 표방하더니 LH의 재무구조 악화를 이유로 '민간 보금자리주택' 추진이라는 고육지책을 내놨다.

개정안 또한 현재 공공기관으로 한정돼 있는 그린벨트 보금자리주택의 사업주체에 부지 조성사업의 경우 '공공이 총 지분의 50%를 초과 출자해 설립한 민관 합동법인'을 추가해 민간 보금자리주택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문제는 민간 보금자리주택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며 '저렴한 가격' 이라는 정책 취지를 정면에서 부정했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로 시장에서는 도입 초기 "경제정의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무시했던 정부가 민간 보금자리주택을 추진하며 분양가를 높인 것은 "건설사들에게 수익성을 담보하기 위한 물밑작업이 아니냐"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감정평가사는 "사실상 보금자리 목표 60만 가구 시세 50% 수준인 아파트는 강남권 2000가구에 불과하다"며 "서민 주거안정이라는 본래 취지를 무시하고 분양가 강제 조정에 들어간 이유는 민간 보금자리주택을 추진하는 건설사들을 위한 당근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는 민간 보금자리주택을 추진하며 '수익성' 문제가 불거지자 정부 차원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분양가를 건설사들에게 '약속'한 것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같은 신호는 보금자리주택 4차 지구 선정부터 감지됐다. 사전예약 여부조차 확정짓지 못해서 서민보다는 건설사를 위한 사업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정부는 보금자리주택이 민간 분양시장을 위축시킨다는 이유로 속도조절에 들어간 이후 민간 보금자리주택을 추진했다.

쟁점은 시세보다 50∼70% 저렴한 분양가로는 민간 건설사들이 보금자리주택에 참여할 필요성을 못느낀다는데 있다.

국토부 관계자가 "민간 보금자리주택 추진은 '친서민' 주거 정책이 차질 없이 수행될 수 있도록 여러 대안을 마련하자는 의미"라고 설명했지만 이번 개정안 발의로 '건설사 특혜 주기'라는 비판이 일각에서 제기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보금자리주택의 핵심은 저렴한 가격"이라며 "형평성에 대한 왈가왈부에도 불구하고 중점사업으로 추진하던 현 정부가 이제 와서 보금자리주택 취지를 저버린 데에는 숨은 의도가 있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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