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조보험…보험업계 '블루칩' 맞아?
상조보험…보험업계 '블루칩'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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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부재로 소비자 관심 '시들'
소비자보호 '현물지급형' 판매해야

[서울파이낸스 유승열 기자] 상조보험을 통해 상조시장에 진출했던 보험사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보험사들은 실적 부진을 이유로 상조보험시장에서 발을 빼려는 분위기지만, 소비자보호를 위해서라도 현물지급형 상조보험 상품이 활성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보람상조 횡령사건 등으로 상조회사의 건전성과 부실이 이슈화하면서 신뢰도를 바탕으로 진입했던 보험사들의 상조보험 판매실적이 뒷걸음치고 있다.

한화손해보험은 상조회사 부실문제가 부각됐던 지난해 '카네이션B&B보험'을 '카네이션B&B상조보험'으로 탈바꿈하고 적극적으로 판매에 나섰다. 이 상품은 보람상조 횡령사건이 불거졌던 지난해 5월 2113건의 가입건수를 기록하는 등 주목을 받았지만 최근에는 가입건수가 월 1000건대로 줄었다. 지난달에는 973건이 판매되는 데 그쳤다.

고객과 상조회사를 연결시켜주는 단순제휴형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다른 보험사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동양생명의 '수호천사 효보험'은 2005년 출시 당시에는 상조보증형과 실버보증형으로 나뉘어 판매됐다. 그러나 상조보증형의 판매실적이 뒤로 밀리자 동양생명은 2009년 11월 말 두 개의 상품을 통합, 상조보증형은 특약형태로만 판매하고 있다.

롯데손보의 상조보험인 '가족사랑 상조보험'은 실적부진으로 아예 2개월 전에 절판됐다. 롯데손보 관계자는 "더욱 좋은 신상품으로 리뉴얼해 출시하기 위해 절판했다"고 설명했다.

한 때 새로운 시장으로 각광받았던 상조보험시장에 그늘이 드리워진 것은 마케팅 부재로 소비자들의 관심이 시들해졌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보험사들은 그간 쌓아온 신뢰도를 바탕으로 지난해 상조회사를 자회사로 두거나, 상조업체와 제휴를 맺는 방식으로 상조보험시장 선점에 나섰다. 같은해 4월 말 상조업계 1위인 보람상조 회장이 회삿돈 수백억원을 빼돌린 데 이어 한라상조, 현대종합상조 등 여러 상조회사의 도덕적 해이 문제가 불거지면서 소비자불만이 늘어나고 있던 참이었다.

그러나 보험사들이 장기보험 등에 주력하면서 상조보험 알리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상조보험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멀어졌다는 것이다.

보험사들이 상조시장 후발주자들에게 밀리고 있다는 평가도 들린다. 이미 교원그룹, 대명그룹 등 자본력이 탄탄한 기업들이 상조시장에 진출해 성과를 보고 있는 데다 농협, 신협 등도 시장진출을 계획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특히 농협의 경우 위탁형태의 '효드림 공제상품' 판매를 중단하고 직영방식의 상조상품 판매를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전문가들은 보험사들이 눈앞의 실적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상조보험을 통해 소비자 보호에 앞장서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상조회사들은 고객돈을 받아 모집수수료를 지불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모집 수수료가 타 업계보다 높아 재무상태가 나빠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게다가 공정거래위원회가 설립자본금을 3억원으로 맞추고 선수금의 20%를 관련기관에 예치하라고 지시한 터라 자본력 악화로 인한 도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영난에 따른 업체의 도덕적 해이는 결국 소비자의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특히 보험사가 상조서비스 제공에 책임을 지는 현물지급형 상품을 판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동안 보험사들은 주로 미래가격 리스크와 보험료 계산이 복잡한 현물지급형 대신 상조회사를 연결해 주는 단순제휴형을 판매해왔다. 그러나 단순제휴형은 소비자피해가 발생할 때 보험사에게 아무런 피해가 없어 소비자들에게 책임을 전가시킨다는 지적이다.

황진태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단순제휴형은 상조회사가 야기하는 소비자피해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며 "보험사가 상조서비스 제공에 전적으로 책임을 지는 현물지급형을 판매해 소비자 보호에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재 현물지급형은 한화손보의 상품이 유일하다"며 "다른 보험사들도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현물지급형을 판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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