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갈등, '흥정'으로 풀 수는 없다
노사갈등, '흥정'으로 풀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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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전보규 기자] 금융권이 연초부터 노사 대립으로 시끌벅적하다.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까지 겹치면서 여느 때보다 더 떠들썩한 분위기지만 올해도 노사갈등의 핵심은 역시 임금이다.

임금과 고용안정을 둘러싼 노사 대립은 비단 금융권만의 문제는 아니다. 근로자(노)와 경영진(사)이 있는 곳에는 언제나 존재하는 게 노사간 갈등이다.

근로자는 조금 더 높은 연봉, 더 나은 근로조건, 안정적 지위를, 경영자는 저비용·고효율의 생산성을 추구하는 만큼 양측의 가치는 상충될 소지가 크다. 노사갈등이 필연적일수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갈등의 수위는 얼마든지 조절할 수 있다. 갈등이 고조되기 전에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면 된다. 일견 간단한 방법 같지만 매년 반복되는 노사갈등을 보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연초마다 노조와 사측은 한해의 임금과 근로조건 등을 협의하기 위해 협상을 벌인다. 그러나 협상과정을 살펴 보면 어떤 물건을 더 비싸게 팔려는 쪽과 가격을 덜 지불하려는 쪽이 만나 흥정을 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상대방이 나에게 제공할 수 있는 수준 이상의 조건, 내가 목표하는 것보다 더 높은 조건을 제시한 후 조금씩 수준을 낮춰가는 것은 더 나은 결과를 얻어낼 수 있는 협상의 기술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 서로가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조건을 조율하는 협의가 아닌 다툼만 존재한다면 협상은 흥정으로 전락하게 된다.

교통사고 가해자에게 더 많은 합의금을 받아내기 위해 병상에 드러누워 생떼를 부리는 피해자의 모습을 두고 협상을 잘한다고 할 사람은 없다.

노사 대립도 마찬가지다. 다섯 배 이상 차이가 나는 임금안을 두고 노사가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거나 일방적으로 구조조정 절차에 돌입한 사측에 맞서 노조가 경영협의회 회의실을 점거하고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내는 익숙한 풍경들이 그렇다.  

이 떄 노사는 여지 없이 상대방을 향해 '우리의 입장을 전혀 들어주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협상은 어떤 목적에 부합되는 결정을 하기 위해 이해당사자들이 모여 의견을 나누고 그 차이를 좁혀가는 것이다. 하지만 흥정은 어떤 문제를 자기에게 조금이라도 더 유리하도록 상대편에게 수작을 건다는 의미가 짙다.

노사간 갈등이 본인들의 이익만을 위해 상대방에게 수작을 거는 것으로 비쳐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내 말을 먼저 들으라'고 고집을 부리기에 앞서 서로가 수용할 수 있는 합리적 조건이 무엇인지 먼저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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